V-PASS로 출항기록 속여 면세유 챙긴 ‘얌체’ 어민들 적발

V-PASS로 출항기록 속여 면세유 챙긴 ‘얌체’ 어민들 적발

기사승인 2018-09-11 10:22:21



어선마다 1개씩 달려 있는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를 여러 개 다는 등의 수법으로 입출항 기록을 허위로 속여 면세유(유종 휘발유)를 부정수급한 얌체 어민들이 해경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이 이렇게 빼돌린 면세유는 2500만원 상당의 2만6000ℓ가 넘었고, 일부는 자신의 차량 연료에 쓰기도 했다.

 

◇면세유 총 2만6280ℓ 빼돌려 2500만원 부당이득

 

경남 창원해양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사기)로 어민 A(58)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V-PASS는 어선위치발신장치로 바다에서 조업 등을 하다가 침몰 등 위급 수난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경 등 당국이 조난된 어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설치하는 안전장비다.

우리나라 동력어선에는 반드시 이 장비를 1대씩 설치해야 한다.

해경 등 당국은 이 장비를 토대로 해당 어선의 입출항 기록과 항적‧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어민들은 이 점을 노렸다.

창원해경에 따르면 A씨 등 어민 8명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실제로 운항하지 않는 어선에 설치된 V-PASS를 뜯어 자신의 어선에 숨겨 설치했다.

조업을 나가기 전에 자신의 배에 설치된 V-PASS와 몰래 설치한 V-PASS 전원을 같이 켜고 출항했다.

이러면 결과적으로 실제 조업에 나선 어선은 1척이지만 기록상 2척이 움직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어민 B(62)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사용하지 않는 다른 어선을 자신의 어선 옆에 묶어 연결해 두 어선의 V-PASS 전원을 켠 뒤 동시 출항하는 수법으로 면세유를 가로 챙겼다.

이들은 V-PASS 장비만 작동시키면 어선 출입항 실적이 기록되고, 이를 토대로 수협에 제출하면 면세유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가로 챙긴 면세유를 적재적소에 쓰지도 않았다.

이들은 부정수급한 면세유로 자신의 무등록어선이나 평소 타고 다니던 차량의 연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들이 몰래 챙긴 면세유는 1인당 적게는 480ℓ~많게는 1만100ℓ가량이었다.

면세유는 1ℓ당 평귱 650원~7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부당이득이 2500만원 정도다.

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조업이 불가능한 어선의 소유자들이면서 선박 관리를 위탁받은 무등록 어선 선주들로 나타났다.

뻥튀기된 면세유 자료를 이용해 다음해 면세유 수급 한도를 높일 수 있고, 어업권 보상에도 사용되는 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 치안 공백 우려…면세유 공급 절차 개선돼야

 

문제는 이들의 얌체 행위로 해경 치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면세유 공급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마산항 인근 바다에서 V-PASS 조난 경보 신호가 발생해 창원해경이 구조대원 등을 동원해 조난 위치가 파악된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작 이 신호를 내고 있는 선박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엉뚱한 어선이 조업하고 있었다.

해경은 사고 어선이 침몰한 것으로 보고 주변을 수색하면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 올라 확인했다.

이 결과 조업 어선에서 몰래 숨긴 V-PASS가 발견됐고, 이 장비에서 조난 신호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돼 허탕을 치기도 했다.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창원해경에 접수된 V-PASS 오작동 사례만 137건이다.

이 중 위의 사례 같이 무선통신장비분리로 인한 오작동이 106건(78%)으로 가장 많았고, SOS 버튼 31건(22%)로 집계됐다.

특히 해상은 구조 작업에 동원되는 장비와 인원이 육상에 비해 규모가 큰 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오인 조난 신고로 인한 치안 공백은 해경 입장에서는 매우 치명적이다.

해경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협중앙회의 면세유 공급절차의 개선과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매서류‧선박입출항 실적 중 1개만 제출하면 면세유를 받을 수 있는 점, 출입항 실적이 10분~20분 정도에 불과한데 실제 조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면세유를 공급받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창원해경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이런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다시 어민들에게 미치는 것을 알고 스스로 준법정신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 활동에 혼선과 해양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어 관련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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