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청소년의 권장 수면시간은 8~10시간 정도인 반면, 노년층에게는 5~6시간 정도 수면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잠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깨는 등 수면장애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수면장애는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불면증, 잠이 안 오거나 개운하지 않거나
불면증이라 하면 대게 잠들기가 어려운 상황을 주로 생각하지만, 잠들기가 어려운 것 외에도 자다가 자주 깨거나, 일찍 깨거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고 느끼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의 특징은 ▲잠을 잘 못자는 것에 대한 과도한 걱정 ▲잠을 자려고 애씀 ▲잠을 청하는 동안 생각이 너무 많다 ▲침실 밖을 벗어나거나 생각지 않은 상황에서 잠이 온다 ▲잠을 청하는 동안의 근육긴장도 증가 및 불안 등이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잠을 잘 못 자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되다 보면 수면습관이 바뀌게 되고, 바뀐 수면습관이 지속되면 만성적 불면증이 된다”고 설명한다. 즉, 불면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불면증이 지속되게 하는 수면습관을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면증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에는 수면제부터 사용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잘못된 수면습관 및 생활습관, 그리고 심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잠자리엔 오직 졸릴 때만...밤새워도 괜찮아요
불면증 해결을 위해서는 인지행동치료가 이뤄져야 효과가 장시간 지속된다.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로는 수면위생교육, 인지치료, 수면제한치료, 자극제어치료 등이 있다. 핵심은 마음을 편하게 다스리는 것이다.
수면위생 돌보기 수칙에는 ▲졸리지 않으면 눕지 말고, 졸리면 눕기 ▲침대에서는 잠만 잘 것(책 읽기, TV 보기 등은 침대에서 금지) ▲커피, 담배, 술을 끊기 ▲낮잠, 과식, 저녁에 과도한 자극(TV, 라디오)은 피할 것 ▲적절한 운동 ▲잠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목욕 ▲복식호흡 등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수면위생교육만으로는 불면증 치료 효과가 그리 뚜렷하지 않다. 자극제어법, 수면제한법 등 다른 방법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자극제어법은 수면과 관련된 자극은 강화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자극은 악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오직 졸릴 때만 잠자리에 눕고, 잠자리에서는 잠 이외의 행동은 하지 않으며, 잠이 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나와야 한다.
수면제한법은 불면증 환자들이 잠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실제로 잠을 자는 시간은 짧고 잠이 들지 않은 채로 누워있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치료법이다. 잠자리에서 잠이 들지 않은 채로 누워있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수면의 효율을 높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수면제한법에는 ▲누워있는 시간을 줄일 것 ▲누워 있는 것도 자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할 것 ▲잠이 안 오면 눕지 않을 것 ▲조금 덜 자면 다음에는 더 잘 잘 수 있다고 생각할 것 등이다.
정석훈 교수는 “잠에 대한 왜곡된 믿음을 교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면증 환자들은 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믿음은 옳지 않다”며 “8시간은 꼭 자야 한다거나 잠을 잘 못잔 날에는 낮 동안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조언했다.
수면제 사용과 관련해서도 그는 “수면제는 분명 의존성이 있는 약물이며, 특히 ‘내가 약을 먹고라도 잠을 자야 한다’는 심리적 의존이 생길 수 있다”며 “수면제를 가급적 복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수면제를 끊기 위해서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를 같이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