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자본시장 사례로 본 기업 간 인수합병

[알기쉬운 경제] 자본시장 사례로 본 기업 간 인수합병

기사승인 2018-09-28 03:00:00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에서 큰 빅딜(거래)이 성사됐습니다. CJ그룹의 계열사 CJ ENM과 CJ오쇼핑이 인수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습니다. ING생명도 최근 신한은행에 인수되면서 오렌지생명으로 사명이 변경됐습니다. 증권업계에서도 SK증권이 사모펀드에 의해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입니다. 

자본시장에서 기업 간 인수합병은 종종 일어나는 이슈입니다. 다만 기업 간 이해관계에 따라 그 성격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인수합병도 있는 반면 타 기업이 다른 기업을 집어삼키는 ‘적대적 M&A’도 존재합니다. 

그룹의 오너 지분 강화를 위한 합병도 존재합니다. 이 같은 물론 표면적으로는 사업 영역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하곤 합니다. 물론 사업다각화나 영역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도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M&A 사례를 통해 인수 합병의 성격과 영향 등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 인수합병의 의미와 절차

인수합병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이 매수한 기업을 자회사나 관련회사로 두는 것을 인수라고 합니다. 합병은 매수한 기업을 해체에 자사 조직의 부분으로 흡수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기업 이상이 하나로 합칠 때 우리는 ‘인수 합병’이라고 부릅니다. 인수합병은 상황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계열사 간 합병 뿐만 아니라 비계열사 혹은 회사 대 회사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우호적인 성향이 있는 반면 경영권 다툼 등과 같은 적대적 인수합병도 있습니다. 

두 곳 이상의 기업들을 하나로 합칠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합병 비율’입니다. 즉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얽힌 만큼 두 기업의 기업가치를 비율을 통해 평가합니다. 현행 자본시장통합법에도 합병 비율을 통해서 기업의 인수 합병을 위한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간 합병 계약이 주주총회에서 통과할 경우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각각 구주권 제출 기간과 이의제출 기간을 줍니다. 

◇ 인수합병에서 등장하는 ‘흑기사’ ‘백기사’

기업 간 인수합병에서 흑기사, 백기사 용어가 종종 사용되곤 합니다. 흑기사는 경영권을 뺏으려는 측을 돕는 주주를 의미합니다. 반면 백기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진행될 때 현 경영진에 힘을 보태는 주주를 뜻합니다. 

흑기사 사례는 대표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합병에 반대했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과 같은 입장에 섰던 일성신약입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은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흑기사로 등장했습니다. 반면 삼성물산 지분 방어에 영향을 줬던 국민연금과 KCC는 백기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기사의 등장은 적대적 인수 합병 과정에서 종종 등장합니다. 지난 2008년 메리츠화재의 제일화재 인수(공개매수) 시도가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적대적 인수 합병의 일례입니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한진중공업 계열사와 함께 제일화재 지분 11.5%를 확보한 뒤, 제일화재 최대주주 김영혜 씨 등의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를 추진했습니다. 

제일화재 최대주주 김영혜 씨는 경영권 위기에 몰렸지만 형제 기업인 한화그룹 계열사에 ‘SOS’를 보내면서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자신의 누이인 김영혜 씨의 지분 방어(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로 나선 것이죠. 한화생명 등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제일화재 주식을 사들였고, 한화그룹 측 인사들이 주주총회에 이사진으로 선임됐습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2008년 6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제일화재 인수 계획을 철회하는 동시에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제일화재 주식 공개매수 계획도 백지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백기사 역할을 했던 기업이 항상 우호적인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적대적인 관계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 ‘쉰들러 홀딩AG(다국적 승강기 업체)’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지난 2003년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16.2%)를 취득한 뒤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 쉰들러 홀딩AG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경영권 방어에 우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쉰들러 홀딩AG는 이후 현대그룹과 경영 문제 등으로 잦은 마찰을 빚으면서 소송까지 가는 등 ‘눈의 가시’가 됐습니다. 

◇ 인수합병이 곧 시너지 창출?…SK하이닉스 합병 vs 금호산업 희비 ‘뚜렷’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그것이 곧 기업가치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두 개의 기업이 결합했다고 해도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수 합병 실패 사례는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입니다.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은 당시 적정 인수 가격이 3조원 안팎이었지만 금호아시아나는 6조6000억원이라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인수를 성공합니다. 

문제는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끌어냈습니다. 그 대신 대우건설의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한 풋백옵션을 걸었던 겁니다. 이 같은 옵션은 ‘독배’가 돼 버렸습니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금호아시아나는 ‘독박’을 쓰게 된 것이죠.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는 사태가 초래했습니다. 게다가 기업의 재무구조도 흔들리면서 그룹의 지주사인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올해 초 M&A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추진도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해외사업 기반이 없는 호반건설이 자신 보다 자산가치가 큰 종합건설사 대우건설을 인수 시도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을 거론하며 결국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인수했더라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입니다. “M&A 이슈를 통해 ‘노이즈마케팅’은 성공했다”라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반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는 M&A 업계에서 ‘신의 한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K는 하이닉스를 인수(2011년)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약 3조8500억원)을 썼고 이는 곧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2012년 SK하이닉스는 2273억4900만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흑자전환(3조3798억원)에 성공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주가도 크게 올랐습니다. 약 5년 전 3만2450원(2013년 10월 4일 기준)에 달하던 주가도 7만5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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