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이 은퇴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LG 구단은KIA 타이거즈전을 앞둔 2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봉중근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봉중근은 2016년 LG와 2년 총액 1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으나 부상으로 인해 2년 동안 한 번도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봉중근에게 ‘먹튀’라며 손가락질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LG 암흑기 시절 홀로 마운드에서 분투했던 그의 모습을 LG 팬들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봉중근은 수차례 세계대회에서 선발로 나서는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기도 했다.
봉중근은 “팀이 너무나도 힘든 시기에 은퇴식을 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구단 관계자나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모두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LG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던 팀이었고, 이상훈 코치님을 보면서 야구를 시작했다. LG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긴 팀”이라며 “LG를 평생 사랑하면서 야구 쪽에서 큰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2014년 신시내티 시절 어깨를 수술했던 봉중근은 LG 유니폼을 입고 2011년 팔꿈치 수술, 2017년 두 번째 어깨 수술을 받았다.
봉중근은 “두 번이나 수술을 이겨냈기 때문에 재기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이런 나이에 재기를 한다면 후배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인지 재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 7월쯤 라이브 피칭까지 다 마쳤는데 통증이 재발했다. 그때 은퇴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봉중근은 은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류현진에게 조언을 구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현진이가 ‘더 던져’라고 하더라. 은퇴한다고 하니 안 믿더라”며 “현진이가 ‘나도 던지면서 아팠지만 통증을 참고 던졌더니 어느 순간 괜찮아지더라. 형도 그렇게 해’라고 하길래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현진이가 많이 슬퍼했다”며 “‘은퇴할 때 한 타자라도 상대하라’고 말해줬을 때는 울컥했다. 무척 고마웠다. 후배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대투수 아닌가. 진심을 다해서 얘기해준 것에 대해서 고마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쉬움은 없을까. 봉중근은 우승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이병규 코치님의 은퇴식을 (수술을 받기 위해 간) 미국에서 봤다. 내게도 이런 날이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다”며 “우승 한번 해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게 제일 맘에 걸리고, 팬들에게 제일 죄송스럽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내가 야구를 하진 않지만 LG가 우승하는 건 조만간 보고 싶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봉중근은 마지막으로 "LG가 힘든 시기에 팀을 많이 도와줬고, 팔꿈치, 어깨를 LG를 위해 썼다는 것만 팬들이 알아주신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봉중근은 자신의 별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봉의사’를 꼽았다. 일본과의 맞대결마다 선발로 나섰던 그는, 특유의 빠른 견제 동작으로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이치로에게 곤욕을 안겨 ‘봉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봉중근은 “봉의사가 제일 마음에 든다. 야구하면서 제일 뿌듯한 별명이 아닌가 싶다. 한 직업을 30년 넘게 하기도 쉽지 않다. 일찍 은퇴할 수도 있는데, 대한민국 팬들이 지어주신 별명이라 대대로 자랑할 수 있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