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의료 발전에 힘을 쏟기로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 우리나라의 부족한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이번 대책은 권역·지역별 책임의료기관 지정 등 지역의료 기반 강화를 통해, 생명·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료서비스는 지역 내에서 완결성 있게 충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공적 투자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는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 없는 포용국가 실현’을 비전으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필수의료 전 국민 보장 강화 등 4대 분야 12대 과제로 구성됐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 공공의료 기반 확충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네트워크 구축 ▶국립공공의대 2022년 개교 ▶‘시도 공공보건의료 위원회 설치 ▶국무조정실내 ‘공공병원 협의체 TF’ 및 복지부 ‘공공보건의료위원회’, 국립병원 기능 강화 등이 눈에 띈다.
◇ 의료 지역격차 해소 방안
우선 정부는 권역(시도)별로 국립대병원 등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 권역 내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총괄, 필수의료 기획·연구, 의료인력 파견·교육 등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케 하기로 했다.
또한 70여개 지역별(3~5개 시군구)로 일정규모 이상의 종합병원급 공공병원 또는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 2차 의료서비스와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연계 등 전달체계의 허브 기능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공공병원의 인프라와 역량이 취약한 지역은 공공병원 기능보강을 실시하고, 공공병원과 역량 있는 민간병원도 없는 지역은 공공병원을 건립하여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육성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능 수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관련해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연계와 협력을 확대하도록 국립대병원부터 ‘(가칭)공공의료 협력센터’를 설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내년 정부예산안에 국립대병원에 공공의료 협력센터 사업비 30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앞으로 복지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지역책임의료기관에는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의 기능보강 예산, 의료인력 파견사업 등을 연계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정부예산안에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기능보강 예산을 올해 530억 원에서 내년 977억 원으로 84% 증액했다. 이밖에도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 건강보험 수가 가산체계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권역-지역-기초로 이어지는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도 강화키로 했다. 필수질환에 대한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을 마련, 진료정보 교류, 의뢰-회송 등을 통해 진료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관련해 권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전문 의료인력 파견, 임상의료 교육 및 컨설팅을 확대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책임의료기관에서 환자 퇴원 시, 지역사회 내 이용 가능한 병·의원·보건소를 연계해 지속적 건강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아울러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건강생활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방문건강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을 통해 불필요한 재입원을 낮춰 나간다는 방침도 전했다.
◇ ‘필수의료’의 확대·강화
복지부는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 분야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시도-소방청-권역센터와의 협업하고 지역별 전원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3대 중증응급환자의 발병 후 응급의료센터 도착시간을 평균 240분에서 180분 이내로 단축한다는 것.
아울러 외상센터와 응급의료기관-119구급대 간 연계를 확대, 중증외상환자가 외상센터에서 치료받는 비율을 2025년까지 3배로 높이고,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관련해 현 14개의 권역심뇌혈관센터 외에도 중앙 및 지역심뇌혈관센터를 지정, 심뇌혈관질환 치료를 위한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산모·어린이·장애인·재활환자 등 건강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를 확대를 비롯, 감염병·환자안전에 대한 대응역량도 높이기로 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16개에서 20개소로 확대하고, 산모·신생아의 위험정도에 따른 모자의료센터 연계를 통해 신생아 사망률의 시도 격차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확대하고, 중증소아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현재 3개소의 지역장애인보건의료지원센터도 오는 2022년까지 19개소로 늘리기로 했으며, 중증장애아동의 집중재활치료를 위한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의료기관도 확충키로 했다.
◇ 공공보건의료 인력, 키운다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청사진도 공개됐다. 정부는 2022년 3월까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입학생은 공공의료 기여 동기, 지역 거주경험 등 고려하여 전문위원회와 심층면접을 통해 선발하게 된다.
1996년 이후 중단된 공중보건장학의 제도를 개선, 지역의료 관심자 중심으로 선발하게 된다. 별도의 교육·관리를 실시하여 의료취약지에서 일정기간 의무 복무하는 형태의 시범사업을 재개키로 했다. 관련해 당장 내년부터 의대 학생 20명을 선발, 장학금 연간 1200만 원 및 생활비월 7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기술지원과 기능특성화, 필수의료 중심의 평가·컨설팅 내실화도 추진된다. 또한 의료 질 편차 완화 등을 위한 표준진료지침 개발·보급 지원, 지방의료원 등의 체계적 기능보강을 위해 병원설계 가이드라인 개발, 필수의료 중심의 기능특성화 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지역별 특성에 따른 의료수요 대응과 공공보건의료 정책수립 등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과 전문성도 확대된다. 복지부는 시도의 정책지원을 위해 설치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에 내년부터 국비를 지원하여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전국적 설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권역 내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수립한 공공보건의료계획의 심의, 지역 공공보건의료정책 등을 결정하기 위한 ‘(가칭)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관련해 중앙부처 간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수평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중앙정부의 조정 및 지원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수 부처에 흩어져 있는 공공병원간의 협력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에 ‘범부처 공공병원 협의체 TF’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앙 차원의 공공보건의료 정책 심의기구로 보건복지부에 ‘(가칭)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설치, 주요정책의 조정 및 의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신설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교육병원 기능 및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외상센터, 중앙모자의료센터 등 필수의료 국가중앙센터로서의 기능을 확대키로 했다.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와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를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이달부터 민-관이 함께하는 이행추진단과 정책포럼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능후 장관은 “이번 종합대책을 계기로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지역 격차를 해소하여 포용국가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여 수도권·대도시가 아니더라도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지역 내에서 완결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의료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