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보건의료 협력, 결핵부터 잡아야

남북 보건의료 협력, 결핵부터 잡아야

국내 결핵 전문가들 "왕래 많아지면 감염병 관리 필수"

기사승인 2018-10-05 00:27:00

지난달 19일 남북의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남북간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가 포함되면서  지난 11년간 중단되다시피 한 남북 보건의료지원 사업의 재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결핵 등 감염병 관리는 향후 남북 간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기준 국제보건기구(WHO)의 상위 11개국 결핵 신고율에 따르면, 북한은 인구 10만 명당 449명의 결핵 감염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국립마산병원, 국립목포병원, 서북병원 등 국내 결핵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시민사회단체의 견해를 들어봤다. 


일단 김천태 국립목포병원장은 “북한 실정에 맞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핵 환자는 4가지 항생제를 최소 6개월간 복용해야 하지만, 북한 결핵 환자들은 경제 수준에 따라 항생제 1~2가지만 복용하거나 1~2개월 동안만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다제내성결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이렇듯 북한의 다양한 환경에 따라 결핵 표준 처방의 ‘맞춤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일단은 “약제 지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국립마산병원내 균주은행에서는 북한 결핵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대연 원장은 “우리나라는 결핵 환자를 치료한 노하우와 진단 및 치료 프로세스, 북한 결핵균주에 대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면서 “결핵에 대한 신속 진단 및 치료 노하우가 북한 결핵을 퇴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북병원 관계자는 북한 의료인의 결핵 관리 교육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계자는 “서북병원을 비롯해 한국 결핵 전문 의료기관들은 결핵 전문 교육 기관이다”라며 “향후 북한 의료인에 대한 다제내성 전문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핵 환자의 진단과 치료법, 그리고 진료와 관련한 여러 변수를 북한 의료인들과 공유한다면 북한 의사들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천태 원장은 “남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하게 되면 ‘창구 일원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보건의료 사업은 통일된 안으로 접근하는 게 핵심”이라며 “자칫 중구난방으로 중복 지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나 보건복지부 등 주관부처가 사업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예산집행과 환자관리가 용이하다”고 당부했다. 

김대연 원장도 “북한과 맞닿은 중국의 연길과 장춘 등 제3의 지역에 결핵 등 감염병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북한 환자나 의료진을 데려오기 어렵다면 중국을 통해 지원사업을 하도록 간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장은 “결핵은 신중하고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 어설픈 보건의료 사업은 자칫 다제내성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연합 정책위원장은 “평양 등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황”이라며 “이러한 지역들은 기본적인 항생제조차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핵 약을 대규모로 공급해서 북한 결핵 환자들을 급감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영양실조 등에 따라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남한의 8배 이상인 점을 고려하여 인도주의적 측면부터 단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교류 활성화에 따라 감염병 확산이 이뤄지지지 않도록 전염성 질병을 중심으로 공조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의원은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이 효과적으로 집행되지 않거나 다른 분야로 재정누수가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협력기구 등을 통한 철저한 모니터링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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