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의 한한령 해제로 수혜가 예상됐던 화장품 업종이 또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배치 논란에 따른 제재 조치는 폐지됐지만 규제는 강화되고 있고 면세점 사업이 둔화되면서 화장품 업종도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아모레퍼시픽, 잇츠한불 등은 주가 급락과 실적 부진의 이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두 기업의 지난해를 기점으로 실적과 주가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 화장품주, 중국 정부 규제에 주가 폭락
중국매출 비중이 화장품주(株)가 중국 정부의 규제에 주가가 크게 추락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코스맥스를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권 화장품 종목의 주가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 업종 시가총액 1위 LG생활건강은 주가(4일 기준)는 119만700원으로 3개월 전 대비 11.59% 하락했다.
대표 화장품株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4일 기준 22만7500원으로 3개월 전 대비 21.82% 떨어졌다. 이 기업의 지분 7.06% 쥐고 있는 국민연금도 손실이 크게 난 셈이다. 지주사 아모레G의 주가도 3개월 전에 비해 27.18% 하락했다.
주가 하락이 가장 큰 종목은 한불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잇츠한불’이다. 이 기업의 주가(10월 4일 종가기준)는 3만7350원으로 3개월 전(5만1000원) 대비 26.76% 떨어졌다. 이밖에 한국콜마도 3개월 전 대비 주가가 약 4.53% 하락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불법 판매 처널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추석 연휴 이후 따이공(보따리장사)에 대한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화장품 업종의 브랜드 경쟁력 약화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국내 상위 브랜드 기업은 내수 채널에서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면세 채널과 해외에서 성장을 견인해야 하며, 이에 글로벌 브랜드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댈 곳은 방한 중국인의 본격화뿐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지속되는 한 업종의 주가 흐름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중립(Neutral)을 제시했다.
◇ 아모레퍼시픽·잇츠한불 실적 하향세 뚜렷…아모레 서경배 회장 지난해 부진 직원 책임 전가
상장 화장품 종목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과 잇츠한불은 실적도 전년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매출 2조7752억원으로 전년(2조7740억원) 대비 약 0.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817억원, 2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76%, 4.83% 떨어졌다.
아모로퍼시픽의 실적 부진은 국내 내수 시장이 부진하고 해외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이 정체돼서다.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은 약 1조7216억원으로 전년 상반기(1조8198억원)에 비해 5.39% 감소했다. 중국 비중이 큰 아시아 시장의 매출은 1조43억원으로 전년(9057억원) 10.88% 늘어났다.
잇츠한불의 경우 별도 기준의 실적은 흑자전환으로 늘어났으나 연결 기준 매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기업(연결기준)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123억원, 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1%, 16.75% 감소했다. 잇츠한불은 달팽이크림 제품라인의 매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이 기업 전체 매출 가운데 달팽이크림의 매출 의존도는 46.7%에 달한다.
현재 두 기업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6년 매출 5조6454억원, 영업이익 8481억원을 냈으나 이듬해 매출(5조1238억원)과 영업이익(596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잇츠한불도 지난 2016년 매출 3261억원, 영업이익 909억원을 냈으나 이듬해 곧바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이 기업은 매출 2457억원, 영업이익 45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65%, 50.05% 급감했다.
상황에 이러한데도 아모레퍼시픽 최대주주(혹은 오너일가)들의 모럴헤저드는 여전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최대주주 서경배 회장 일가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보통주 1주당 1280원, 종류주 1285원을 배당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보통주 1주당 360원, 종류주 1주당 365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10.72%)이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경배 회장이 절반에 가까운 지분(53.90%)을 쥐고 있다. 게다가 실적 부진에도 오너 연봉도 급증했다. 지난해 서경배 회장은 7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이는 전년(28억원) 대비 167.85%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5300만원으로 전년(5900만원) 대비 600만원 감소했다. 실적 부진에 대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두 기업의 주가 반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달 증권사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제시한 리포트 가운데 투자의견 매수 의견은 4곳이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투자의견 중립(hold 혹은 Neutral)이었다. 매수 일색에 증권사 리포트가 중립이 많다는 것은 투자가치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잇츠한불에 대한 증권업계의 최근 분석 리포트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나온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올해 초(3월 말) 최고 8만2000원에 달하던 목표주가가 지난달 말에는 6만원까지 하락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