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음주가 우울증과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증가하는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알코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음주경험자는 26.6%, 이중 과음주율(1주 8잔 이상)은 10.6%로 술을 마시는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 5명 중 1명(21.1%)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6.7%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무기력함, 피로감, 수면 장애, 식욕저하, 불안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마음보다 ‘몸으로 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울하거나 슬프다는 감정적 표현 대신 ‘잠이 오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된다’ ‘~가 아프다’ 등 신체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어렵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을 자가 치료의 일환으로 술로 달랜다는 데 있다. 음주는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오랜 시간 음주를 반복하다 보면 알코올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더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면 반복되는 술 문제로 인해 가족과 멀어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는 가족들이 단순한 노화 문제로 치부하거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련 원장은 “노인 음주는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외로움이나 우울함,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면 우울증은 물론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들이 술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과 접촉하고 지지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문 치료 프로그램과 여가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실제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고령의 환자들 중에는 단주를 선택하고 성공해 자신감 넘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회복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원장은 “노인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노인의 날을 맞아 부모님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해보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