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성의 해외 포르노 사이트 ‘박살내기’

한사성의 해외 포르노 사이트 ‘박살내기’

사이버성폭력 잡으러 한사성이 간다④

기사승인 2018-10-10 00:02:56

웹하드, SNS,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 등 불법 영상이 유포되는 플랫폼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해외 포르노 사이트는 골칫거리다. 여기에 유포된 국내 피해 촬영물의 삭제에는 여러 난관이 있었다. 

“일단 삭제 지원을 요청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삭제 요청을 해도 국내 사업자가 아니라 그들은 우리의 삭제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 삭제 글을 남기면, 아이디를 차단하곤 했죠. 설혹 차단을 하지 않아도 사이트 측은 영상 삭제를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승진 활동가)  

승진 활동가는 한 피해 경험자의 사례를 들려줬다.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본인의 영상물이 유포되어 경찰에 신고를 한 피해자에게 수사당국은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이트에 영상이 유포되어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다고 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반복됐다. 승진 활동가는 “한사성은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국제 수사 공조나 국제법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 국한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한사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지원을 진행하고, 사이버 성폭력 관련 입법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의 NGO들과의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연후 활동가) 

한사성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의 단체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이버 성폭력 피해지원을 시행하고 있는 단체는 많지 않았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거나 한참 후에 답신이 오기도 했다. 

“답신이 오질 않으니 사업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노심초사하다가 답장이 오고, 화상전화로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린 각자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승진 활동가) 

한사성은 규모가 큰 단체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지난 5월과 6월에 미국과 대만을 방문해 각기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 창설된 미국 CCRI는 법률 전문가나 학자들을 위주로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당초 사이버 성폭력에 대해 이들이 우리보다 더 많이 지식과 자원,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쪽도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연후 활동가) 

해외라고 해서 사이버 성폭력에 대해 깊이 있는 담론이나 근절 방안에 대해 이렇다 할 연구 결과를 갖고 있진 않았다. 연후 활동가는 “(사이버 성폭력 해결은) 정말 처참한 상황이라고 절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승진 활동가도 “모두 힘든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 의지 혹은 태도의 문제

승진 활동가는 국제 연대체 사업을 최초 시작했을 때 ‘분노’가 강력한 동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포르노 사이트를 반드시 없애버리고 말겠다는 일념이었다”고 했다. 그러려면 ‘구멍’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했다. 무엇 때문에 국제 수사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들은 계속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수사당국은 ‘리벤지 포르노가 연방법에 따라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수상 공조를 도와줄 수 없다’는 미국 측의 반응을 전했다.  

“미국 법을 미국 내 단체와 연계해 바꾸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정밀한 계획을 짜 국제 공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승진 활동가) 

그럼에도 수사당국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고 사안에 임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의 협조가 없다고 해도 우회의 방법은 존재했다. 아동 및 청소년 피해 영상물이 대표적이다. 연후 활동가의 말이다. 

“미국은 아동 및 청소년 불법 영상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처벌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피해 영상만이라도 수사 공조를 요청했더라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을 겁니다.”

승진 활동가도 “한사성처럼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 단체가 사비로 털어 불법 영상 삭제 지원에 나서기 전에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리벤지 포르노’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 미국 연방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한사성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확인하고 있다. 국내 피해자들이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피해 영상 삭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우리 정부의 해외 포르노 사이트 수사 방향 등이 그것이다. 

“한국 피해자들이나 한사성에 접수된 외국인 피해자에 대해 CCRI와 함께 협력·지원하는 등의 국제연대체를 구축한 상태입니다.” (승진 활동가) 

◇ 바닥 드러낸 통장… 활동 자금이 없다

승진 활동가는 한사성의 지출결의서를 작성할 때마다 답답하다고 했다. 한사성내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사업 진행에 따른 지출액이 점점 더 늘어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그는 “활동가들이 힘들게 아껴서 모아둔 예산이 바닥나고 있다”고 했다. 

“국제연대체 사업은 너무 중요해요. 국제공조수사 촉구 활동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활동가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승진 활동가)

활동 규모에 비해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향후 더 많은 국가들의 단체들과 사이버 성폭력 대응을 협력하고 싶지만, 항상 이들의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요소는 예산이다. 활동에는 돈이 든다. 사비를 부어 활동하는 것도 한계 상황이다. 

“다른 단체의 선배 활동가들은 현재의 한사성 예산에 ‘0’이 하나 더 붙어야 상식적으로 맞다고 하더군요. 터무니없이 적은 돈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활동 반경을 넓혀서 국제력을 이끌어내려면 더 많은 돈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활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보다 ‘지금보다 더 해야 하는데 여건이 어렵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후 활동가)

어느 한 국가에서 이러한 불법 촬영 영상 유포 피해가 허용된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사실상 전 세계에서 합법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지 서버만 바꾸면 간단히 법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연대가 중요한 이유다. 한사성은 지금보다 더 활발한 국제연대를 펴고 싶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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