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영리화의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의 정책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특히 병원 등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료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활용하는 타 부처 사업에 문제점과 개인 건강정보가 유출되거나 민간기업 정보와 연계되어 상업화될 우려에 대해서 지적했다.
윤 의원이 지적한 사업들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39개 대형병원이 보유한 5000만명의 환자 데이터를 공통데이터모델(CDM, Common Data Model)로 표준화시켜 의료기관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병원이 보유한 원본데이터를 병원 외부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 연구결과만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료정보의 유출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시작부터 39개 병원에 자신의 의료정보가 남아 있는 환자 개인,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병원장들의 동의만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삼성의료재단 등 7개 민간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윤 의원은 해당 사업을 통해서 환자 개인의 어떤 정보가 표준화되고 있는지 복지부가 확인하고 있는지도 의문을 제기했다. 환자 개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의료 데이터가 표준화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민간 기업과 결과를 공유한다면 병원을 이용한 자신의 의료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복지부의 동일한 공통데이터모델(CDM) 표준화작업도 거론했다. 해당 사업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4개 기관에 공통데이터모델 표준화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만일 산업부가 민간 병원, 기업과 함께 추진하는 시범사업의 공통데이터모델과 보건복지부의 공통데이터모델 표준화가 연계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 전 국민 의료정보가 거대병원과 재벌기업에게 빠져나가 상업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직속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5월, 병원 건강검진결과를 개인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장 추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갖고 있는 전 국민의 건강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개인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핸드폰 제조사, 통신사, 어플리케이션 제작하는 IT업체가 연계해야한다. 해킹의 우려뿐만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집적되거나 유출되어 재벌 보험사나 제약사, 병원 등에 제공될 우려 또한 제기된다.
특히 지금까지는 건강검진기록까지 제공되지만 향후 병의원 진료정보, 투약정보와 같은 민감의료정보 제공 서비스까지 확대될 경우 개인의 의료 정보가 무분별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개인의 의료정보 유출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이 밝히고 싶지 않은 질환, 병력이 유출될 경우 병력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효과가 생기게 되고, 주민번호와 연계되면 평생 따라다니는 병력 꼬리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민간제약사, 병원, 보험사 등은 유출된 국민 개인의 의료건강정보를 가지고 큰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소하 의원은 “유출된 국민의 의료정보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정보 활용 사업은 철저한 관리감독과 기준 마련 하에서만 추진되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등이 공적으로 축적한 국민의 건강정보가 민간기업이나 보험사, 제약사, 병원 등으로 연계·제공되어 상업화되는 것을 철저히 방지시켜야할 뿐 아니라, 최근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의료 데이터 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세부기준과 필요한 규제책을 제시하는 등 국민의 보건의료 정보를 책임지는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