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까지 나섰다…세계 최초 국내 이종이식 임상시험 세계가 '주목'

美 FDA까지 나섰다…세계 최초 국내 이종이식 임상시험 세계가 '주목'

국제전문가 인정받았지만…이식자 추적관찰 허용 등 법제도적 여건 미비 문제

기사승인 2018-10-18 00:12:00

내년이면 췌도와 각막 이종이식 임상시험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이식 관련 국제전문가들로부터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임상시험 설계가 과학적이고 윤리적이라고 인정받은 것이다. 

다만 보다 엄격하게 국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이식자의 추적관찰을 허용하는 법적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국내 소관 부처가 여전히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 사업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업단은 이종이식 대상자를 현행 감염병 예방관리법상 관리자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유관부처에 유권해석을 받아 임상시험을 우선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의과대학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세계이종이식학회(IXA)와 세계이식학회(TTS) 윤리위원회 전문가 7명을 초청해 16일 이종이식 임상시험 국제전문가 심의회를 개최하고, 17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종이식 임상시험 국제전문가 심의회에는 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장인 리처드 피어슨 교수(Richard N. Pierson, 하버드 의과대학 외과학)를 포함해 미국,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 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 6명과 세계이식학회 윤리위원 1명이 참석했다. 대한이식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감염학회 등에서도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종이식 임상시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단에 따르면 국제전문가들은 이종 췌도와 각막 이식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임상시험계획서, 환자 및 보호자 동의서, 전임상 연구결과 등을 검토했다. 그리고 이종 췌도 및 각막 임상시험을 실시할 연구책임자들의 발표를 직접 듣고 질의응답을 통해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리처드 피어슨 교수를 비롯한 국제전문가들은 이종이식 임상시험의 안전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기본 요구 사항인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으며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감독 ▲임상시험 수행 및 결과의 투명성 보장 ▲승인된 임상시험 계획서를 준수할 책임 ▲규제 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보고 및 필요할 경우 WHO 통보 시스템 등을 통한 유해사건의 보고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임상시험 설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리처드 피어슨 교수는 “이전에도 이종이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임상시험들이었고, 이번 한국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임상시험은 좋은 전임상 결과와 과학적 기술, 윤리적 고찰 등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이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종장기 이식 대상자의 지속적인 추적관찰을 위한 법적 근거와 소관 부처 부재가 없다는 것이다. 사업단은 내년 1월 임상시험 실시를 예정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임상시험 자체가 사장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정규 사업단장(서울대 의과대학)은 “예를 들어 이종이식을 받은 환자가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기 때문에 추적관찰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상이 없는 경우는 평생 추적관찰을 할 수 없다.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현재 법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현행 생명윤리법이나 감염병 예방관리법에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은 후 임상시험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현행법률상으로도 2년간은 환자 추적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며 “세계 최초로 국제 기준을 맞춰 임상시험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임상시험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해 연 최대 500억이 투자됐다. 이를 위해 구축한 기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무균돼지 관리나 췌도 이식 분리 기술은 세계 최고다”라며 “만약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과 전문인력들이 더이상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사업단과 피어슨 교수, 미 FDA까지 이날 자리에 식약처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식약처 측은 불참했다.

피어슨 교수는 “미국에서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을 하는 FDA가 이종이식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 돼지 생산, 이식, 환자 감시 심의의 지속적 수행을 위해 심의회를 매년 연다”며 “미국이었으면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의회는 FDA를 통해 식약처에 연결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식약처가 진정으로 한국에서 이종이식을 잘 수행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미국이나 여기 자리에 참석한 위원들이 있는 뉴질랜드, 호주 등을 통해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심의회에서는 사업단이 이종이식 임상시험 시행 준비가 됐다고 봤다. 그러나 임상시험 수행에 중요한 요소인 한국의 이종이식과 관련된 법규 및 정부 차원의 감독 부재는 문제이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국내에서 임상시험 실시를 위한 심의회에 국제적인 전문가가 7명이나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세계 의학계에서 사업단의 연구 성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 유관 부처에도 관심을 두고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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