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씨(29)가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국민은 22일 오후 3시 기준 89만명을 넘었다. 이날 충남 공주 반포면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하는 도중 모습을 드러낸 김씨가 “(우울증 진단서는) 내가 내지 않았다. 가족이 냈다”고 말했지만 우울증 병력이 심신미약에 해당되느냐 여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흔한 기분 장애의 증상 중 하나로 정식적 의학 명칭은 주요우울장애이다. 우울증은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온다. 정신적 증상에는 우울감, 절망감, 흥미나 쾌락 저하 등이 있으며, 신체적으로는 수면이나 식욕저하, 체중변화 등이 있다. 인지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생각, 부정적인 생각 등이 해당되며, 보통 2주 이상 이같은 증상이 지속된다.
이승훈 고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부분 무기력함과 불안 증상이 동반돼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며 “드물게 ‘기분의 과민함’이라고 해서 화를 잘 내는 경우도 있다.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흔한 증상은 아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양극성장애 등 다른 질환, 성격적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신미약은 사실 법률상의 개념이다.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을 한 것인지 불가항력적인 증상에 의해서 행동을 한 것인지는 평가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주요우울장애 환자 중 (심신미약에 해당되는) 그런 증상을 가진 환자는 드물다. 오히려 우울감이 심해져서 판단력이 흐려지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남에게 해를 가해야겠다는 사고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대한 평가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또한 약을 복용할 정도의 우울장애 환자는 심신미약에 해당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 교수는 “심신 미약, 심신 상실 등이 인정되려면 환각이나 환청 같은 게 들려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 잘 모르거나 자기 행동이 조절이 안 돼야 한다”며 “우울증도 경증에서 중증까지 증상이 다양한데, 약을 먹을 정도로, 컴퓨터를 할 정도로 인지기능을 가지고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심신미약에 해당될)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또 우울증은 약물치료 등 치료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개 회복한다. 그것이 특징”이라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우울증 환자들이 모두 심신미약으로 일반화되면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받지 못하고 숨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정신감정을 실시하고, 극악한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을 해야 한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울증은 약물치료로 50~70%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증의 경우 면담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