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의 뚝심이 결과적으로 화를 불렀다.
한화 이글스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5판 3승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5로 패했다. 시리즈 3패를 기록한 한화는 이로써 11년 만의 가을 잔치를 마감했다.
시리즈 2연패를 기록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한화는 전날 신인 장민재의 호투로 구사일생했다. 장민재는 4⅓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번에도 한화의 선택은 신인이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박주홍은 2018 신인드래프트 2차 2번(전체 14순위)로 입단한 신인이다. 입단 당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 시즌 한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1군에서 뛰었다.
그러나 시즌 성적 1승1패 평균자책점 8.86으로 부진했던 박주홍이기에 이날 그는 한화의 ‘첫 번째 투수’라는 인상이 강했다. 짧은 이닝을 맡긴 뒤 위기 상황에서 김민우 등의 투수들이 차례로 등판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런데 박주홍은 기대 이상의 피칭을 펼치며 한 감독의 심중을 흔들어 놨다.
볼넷에 이은 견제구 실책으로 1실점했지만 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하나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화는 그 사이 4회초 점수를 내 2-1로 앞섰다.
문제는 4회말이었다.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힘이 빠진 기색도 역력했다. 결국 1사 후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송성문에게 이날 경기 첫 안타를 내줬다.
교체 시점이 왔지만 한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실제로 박주홍은 김민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김규민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한 감독의 아쉬운 마운드 운영은 2-3 팽팽한 스코어가 유지되던 8회말에도 계속됐다. 박상원이 무사 1,2루 위기를 초래하자 한화는 좌완 김범수를 투입했다. 김혜성과 김민성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임병욱에 쐐기 2루타를 허용했다.
한화는 경기를 뒤집을 찬스가 9회초 단 한 이닝 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찬스를 노려야 했다. 확실한 카드인 정우람을 빠른 시점에 투입해 불을 끄는 것도 가능했지만 한 감독은 지나치게 먼 미래만을 내다봤다. 시리즈 내내 지적된 한 감독의 안일한 투수 교체가 결국 화를 부른 셈이다.
한화는 선수단, 코칭스태프의 단기전 경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며 짧은 가을 무대를 마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