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농약이 기준치의 수백 배를 초과한 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간사(더불어민주당)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산 농산물 총 2183개 품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654개(75.8%)는 폐기됐지만, 나머지 529개(24.2%) 품목은 식약처 자료 상 기재된 폐기량이 ‘공란’으로 표기돼 있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529건의 농산물은 소량의 검사체 외 수거 또는 폐기량이 없음을 의미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에게 그대로 유통됐다는 말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대로 유통된 우리 농산물 529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금치(45건)이었다. 이어 부추 40건, 쑥갓 37건, 상추 32건, 깻잎 29건, 고춧잎 25건, 참나물 24건, 알타리잎 17건, 열무와 치커리 각 16건 순이었다.

지난 2015년에 생산돼 기준치 728배 잔류 농약이 검출된 깻잎, 2016년 332배 초과 골드키위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기준치를 무려 100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폐기 처리되지 못한 부적합 농산물은 모두 13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출되지 않는 것이 원칙인 이른바 ‘불검출’기준에도 불구하고 농약이 검출됐으나 폐기되지 못한 농산물도 11건에 달했다. 여기에는 올해 생산된 샐러리와 들깻잎이 포함됐는데, 각각 알레트린 0.56mg/kg, 유니코나졸 0.077mg/kg이 검출됐다.

참고로 알레트린은 지난 2013년 스프레이형 모기 살충제 성분 검사에서도 초과 검출된 바 있는 유해물질로, 천식과 비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식품안전관리지침’에 따라 국내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부적합 농산물은 판매 경로를 추적하여 회수하거나 폐기하고 있다. 다만, 신선 채소류의 특성상 출하 후 신선도 유지 및 소비시간이 짧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시점에는 폐기조치가 용이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는 게 식약처의 해명. 

기동민 의원은 “우선 농산물 유통 길목에서 더욱 신속하고 철저한 검사로 부적합 농산물 사전차단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라며 “근본적인 해법은 우리 농민들 스스로 국민 먹을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임을 인식하고 올바른 농약 사용법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