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중년·어르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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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괜찮아”⑤

기사승인 2018-10-26 00:33:00

우리나라의 서민금융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2016년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하면서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과 취업·복지연계, 컨설팅, 금융교육 등이 종합적으로 시행됐다. 

통상의 금융회사는 대출 심사 시 상환능력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신용정보는 주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으면 대출금의 연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대출을 꺼리게 된다.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은 이자율은 높이고 한도는 줄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초 기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2등급의 고신용자의 경우, 연 3~4% 정도였다. 반면, 9·10등급의 저신용자는 연 10~12%에 달했다. 신용등급과 소득 때문에 은행 대출을 거절당하면 심리적으로 큰 위축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면 대출이 쉬워 보이는 대부업체나 사금융을 이용하게 된다. 

반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주도하는 서민금융의 프로세스는 이와 다르다. 서민금융은 신용과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시중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해준다. 신용과 소득이 낮을수록 금리를 낮춰주기도 한다. 

일례로 미소금융은 6~10등급 저신용자의 금리가 연 4.5%로 고정돼있다.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등도 연 10% 이내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서민금융의 대출 지원 대상은 고금리 대출 상환부담에 생계가 어려워졌거나 사업실패 후 신용등급이 떨어져 재기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 취업준비와 학자금 대출 연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등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바로 서민금융의 ‘고객’이란 말이다. 

◇ 서민을 위해

#1. 결혼자금으로 1000만 원이 필요했던 A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연체했던 이력 때문에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당시 학자금 대출로 2000만 원 정도 빌렸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불과 몇 개월의 연체를 하고 말았다. 

결혼 자금을 고민하던 A씨는 우연한 기회에 서민금융진흥원의 맞춤대출서비스 상품을 접했다. 그는 1000만원을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빌렸다. 결혼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A씨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2.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 수험생)이었던 B씨. 그는 연이은 낙방에 결국 수험생활을 접고 창업에 뛰어들어 자그마한 가게를 열었다. 사업만 하면 금세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장사는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월세를 밀릴 정도로 B씨의 상황은 악화됐지만, 차마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여러 악재가 겹쳐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 B씨. 그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자영업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러 절차를 마치고 심사를 통과해 미소금융의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진흥원의 전문 컨설턴트에게 상권분석과 경영진단 등 운영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상품 소개 카탈로그를 제작해 홍보하고, 좋은 재료로 제품을 만들어 팔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단골손님도 생겼다.  

#3. 60대 여성 C씨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지역에 위치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수년 전 발병한 대장암으로 오랜 기간 항암치료를 받은 C씨의 건강은 좋지 않았다. 독신에 형제도 없던 그는 의지할 곳이 아무데도 없었다. 

암 환자가 되기 전에도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었다. 지자체의 공공근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던 C씨는 100여만 원의 월급 중 절반을 저축할 정도로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병마가 그를 덮친 후 천문학적인 수술비와 치료비는 그의 살림을 초토화시켰다. 

지인의 가게에서 주방 일을 도왔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래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상담사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그가 거주하는 동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신청해 도움을 줄 수 있었다.

◇ 나, 너, 그리고 우리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나 독자 누구든 위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 즉 서민의 범주에 우리 국민 대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민금융지원 범주에 해당하는 신용등급 6~10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이 8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5명 중 1명은 서민이다. 

서민금융은 멀리 있지 않다. 언제, 어느 때고 문을 두드려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민금융의 지원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고신용에 고소득자만큼 저신용에 저소득자도 금융 소비자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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