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급종합병원들의 병원인증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합리한 병원인증평가 기준을 즉각 개선하라'는 간호사들의 청원이 올라왔다.
앞서 의료기관평기인증원은 지난 10월부터 3주기 상급종합병원 인증평가를 시작했다. 올해 중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은 약 19곳으로 병원별 일정에 따라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3년차 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자는 "(간호사들은) 인증평가에 맞춰 임신을 하고, 휴직을 하고 사직을 결심한다"며 인증 평가에 대한 고충을 밝혔다.
그는 "모의인증평가가 다가왔을 때 병동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테이프자국 떼기와 이름표 예쁘게 잘라 붙이기였다. 준비된 병동이라는 인식으로 평가단이 많은 질문하지 않고 곱게 넘어가길 바라는 전략"이라며 "환자를 돌볼 시간을, 간호하며 쓴 에너지를 다시 채울 시간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일할 시간을 빼서 환경정리를 한다"고 호소했다.
지저분해보인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이 약제를 싣는 처치 카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고 했다.
청원자는 "병동에서 주사를 주거나 간호 처치를 하다 물건이 없으면 간호사실로 들어가고, 또 나오고, 또 들어가고, 또 나오는 바람에 환자 얼굴 볼 틈이 없다"며 "낑낑대며 박스가 있는 상부장을 열었다 닫았다, 다 쓰면 또 열었다 닫았다하다보면 팔이 빠지고 목이 빠지고, 환자를 보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고 했다.
또한 그는 "주사 준비하는 곳이 깨끗해야한다며 주사 준비대에 바늘 버리는 손상성 폐기물통을 올려놓지 말하고 한다. 주사 하나 준비하고 (밖으로)뛰쳐나가서 갖다버리고, 다시 손 깨끗이 씻으면서 주사준비하는데 시간 다 쓰면 환자한테 주사는 언제 주느냐"고도 일갈했다.
그러면서 "간호사가 불편하고 힘들게 일하면 환자가 더 건강해지나. 간호사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고, 그만두고, 또 신규간호사들이 오고, 그들이 1달 어깨넘어로 배워 독립하는 건 아시느냐.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게 일하도록 인증규정 매번 참 창의적이고 새롭게 바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정말 환자를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인증기준을 만들어달라"며 ▲국내 병원 환경 현황에 따른 인증기준 마련 ▲의사 수 증원, 신규간호사 양성시간 확대, 전담간호사제 폐지 ▲'간호사 당 환자 수'로 평가하는 병원 등급 기준 제고 등을 요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