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남북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보건의료협력 분과회담을 엽니다. 2007년 12월 회담 이후 자그마치 11년 만입니다.
남측에서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등 3명이, 북측은 박명수 보건성 국가위생검열원 원장 등 3명이 각각 남북 대표로 참석합니다. 쿡기자는 11년만의 재개되는 보건의료협력 회담을 개성 현지에서 취재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현장의 상황을 살피려 합니다.
통일부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의 전염병 공동대응 체계 구축을 비롯해 양측의 보건의료 협력에 대한 관심사가 폭넓게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10월 내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 이유로 11월 초로 회담이 밀렸는데요. 11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며칠의 더 기다림이 대수겠냐마는, 전염병 공동대응 체계 구축에 대한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궁금해 죽을 지경입니다.
현재 북한의 보건의료 및 방역 체계는 최악입니다. 선진 의료기술과 신약 도입은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비례합니다. 알다시피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매우, 매우 좋지 않죠.
특히 북한의 골머리를 썩게 하는 감염병은 바로 ‘결핵’입니다. 관련해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북한 내 여러 장터에서 결핵약이 암암리에 팔리는데, 주머니 사정에 따라 약의 일부를 단기간만 복용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겁니다.
결핵 치료는 최소 6개월 동안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해야만 합니다. 만약 항생제 일부를, 짧은 기간 동안 복용하게 되면 치료는커녕 다제내성 결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북한 주민들은 결핵의 마수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겁니다. 비극입니다.
비단 결핵만이겠습니까. 국경을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유입된 여러 전염병에 북한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TV에 비친 평양의 마천루와 달리 조금만 이동하면 그 흔한 항생제 한 알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수두룩하다는 게 북한을 다녀온 여러 의사들의 전언입니다.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잦은 왕래는 이른바 북한발 전염병의 남한 유입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비정한 말이지만, 그런 비극이 발생하면 북한을 향한 거친 몸짓도, 불신의 늪도 더욱 깊어질지 모릅니다. 이번 남북 회담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입니다.
쿡기자는 일전에 북한 취재를 준비하던 외국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흡사 오지에 가듯 여러 약과 예방주사를 맞았다던 한 외신 기자의 말에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 회담에 거는 더욱 기대가 큽니다. 가급적이면 결핵을 직접 다루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협력 사업에 반영되길 바랍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북한의 보건 상황을 개선할 물꼬가 11년 만에 트여지길 바랍니다.
우리 의료진을 시작으로, 더 많은 이들이 북한 땅을 밟게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쿡기자도 언젠가 북한의 병원을 찾아가 그곳의 의사와 환자를 인터뷰해 글로 쓰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