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직장인 박모씨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해외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유명 브랜드의 로봇청소기를 구입했다가 ‘직구 실패’를 경험했다.
대폭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해 들떴던 기분도 잠시, 한 달을 기다려 받은 제품은 일주일도 못가 고장이 났다. 해외 직구 제품이라 AS도 불가능했다. 박 씨는 곧바로 항의했지만 판매자는 무시로 일관했다. 정품이 아니라 ‘짝퉁’ 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박 씨는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되려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신고를 접수했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었다.
최근 광군제를 앞두고 직구를 마음먹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가짜 상품, 배송 지연 등의 피해 사례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9일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불만 상담 국가 현황’을 살펴본 결과, 중국이 2위를 차지했다. 소재국 미확인 수치까지 따진다면 실제 중국 관련 피해 상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중국 직구족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중국 직구 액수는 작년 대비 104.1% 급증했다. 샤오미, 화웨이 등의 브랜드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인기에 비례해 ‘직구 실패담’도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직구 실패' 문제로 배송을 꼽을 수 있다. 직구 배송을 맡은 중국 내 물류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검증되지 않은 곳이 많다.
중국 구매 대행 사이트를 종종 이용하는 대학생 김모씨는 올해 2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자담배를 구입했다가 2개월 지나도 물건이 오지 않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해당 사이트에 문의했더니 “주문 폭주로 인해 배송이 지연 된다”는 말 뿐이었다. 결국 이에 주문 취소 및 환불을 요청하였으나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처음 이용하는 해외 쇼핑몰의 경우 포털 검색을 통해 구매 후기, 사이트 신뢰도를 살펴봐야 한다”며 “한국 소비자원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의 사기의심 사이트 리스트를 확인 후 거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 물건이 손상된 상태로 오거나 엉뚱한 지역으로 배송돼 제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배송대행지들이 돈을 받고 중간에 잠적하는 일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강모씨는 지난 7월 블루투스 스피커를 파손된 상태로 배송받는 일을 겪었다. 강씨는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해 이용했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며 “환불 처리가 가능하다고 해도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이 오히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배송대행은 파손·오배송 등 사고 발생 시 사진자료 등을 확보해야 배상을 요청할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오배송, 분실 등 사고 발생을 대비해 해외 구입 쇼핑몰을 통해 배송 상황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의 상품이 저렴하다고 해서 덜컥 구매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싸다면 ‘짝퉁’이거나 가짜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중국 현지의 ‘짝퉁’ 단속은 국내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한편 이미 결제를 마친 상태에서 사기의심, 연락두절, 미배송, 결제금액 상이 등 피해가 발생한 경우엔 신용카드사 ‘차지백’ 서비스를 이용해 구제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차지백 서비스’란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카드사에 이미 승인된 거래를 취소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소비자는 객관적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평소 거래 과정의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