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건강을 위협하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Respiratory Syncytial Virus)’ 유행철이 왔다. RSV는 매년 서서히 추워지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한다. 특히 11~1월 사이 절정을 이루며, 현재도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급성호흡기감염증 표본감시 결과, RSV 감염증 입원환자 신고 건수가 10월 첫째 주부터 4주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환자 신고건수는 올해 43주(10.21~27) 301건으로 전주(42주 10.14~20) 209건 대비 144%로 증가했으며, 최근 4주간(9.30~10.27) 신고 사례의 연령별 분포는 1~6세가 61.5%, 0세 이하가 33.1% 순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94.6%가 6세 이하의 영유아였다. 이에 질본은 집단발생 예방을 위해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및 영유아 보육시설 등에서 호흡기 감염병 예방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사람만 감염되는 RSV는 침, 가래 등 비말에 오염된 물건과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 접촉 등으로 감염된다. 처음에는 콧물, 발열과 기침으로 시작해 점점 기침이 심해지고 쌕쌕거리며 힘들게 호흡하는 증상을 보인다. 더 심해지면 호흡이 가빠지는 호흡 곤란과 얼굴이 창백해지는 청색증이 발생한다. 호흡이 힘들면 잘 놀지 않고 보채고, 잘 안 먹고 잠도 잘 못자는 증상을 보인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성인이나 큰 아이는 가벼운 상기도 감염 양상을 보이지만, 3세 미만의 영아나 어린 소아는 세기관지염 또는 폐렴이 발생한다. RSV는 영아 및 어린 소아에서 나타나는 세기관지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생후 2~7개월에 가장 빈도가 높다. 미숙아로 출생한 아이나 선천성 심장기형, 만성폐질환이 있는 경우 심하게 앓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3개월 이하 영아, 특히 조산아에서는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무호흡 발작으로 인해 갑자기 청색증이 발생할 수 있고, 급격히 호흡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기침이 심하고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에서는 먹을 때 사래가 걸리기 쉬우므로 수유와 음식 섭취 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잠복기는 2~8일로 평균 5일이다. 주요 증상이 나타나기 수일 전부터 감염된 환자로부터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으며, 보통 약 1주일간 바이러스가 배출된다. 감염 환자의 약 10%는 2주 이상 바이러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RSV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유행 시기마다 영아의 절반 정도가 초감염을 경험하게 되며, 2세까지는 거의 모든 소아가 한 번 이상 감염된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재감염 시에는 대개 초감염보다 가벼운 경과를 보인다.
신미용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재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인정받고 허가된 치료제는 없다”며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시 호흡기 치료, 산소 투여 등의 대증적 치료를 시행한다. 증상이 심하면 기침과 호흡곤란으로 잘 먹지 못해 탈수가 동반된 경우가 흔하므로 적절한 수액 치료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이염 등의 2차 세균감염 소견이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 항생제 치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직 예방을 위한 백신도 없다. 수동면역 주사가 예방책으로 쓰일 수는 있으나, 만성 폐 질환이나 선천성 심장 질환이 있는 영유아, 조산아 등의 고위험 아이에게만 선택적으로 주사하고 건강한 영유아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신 교수는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손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하며, 성인이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아이에게 옮길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아이에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평소 다니던 병원을 방문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증상 정도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에 의한 세기관지염은 기침과 천명(쌕쌕 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 천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천식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영유아에서 천명을 동반한 세기관지염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경우 천식을 의심해야 하고, 특히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천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두 질환을 구분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