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관대한 나라 한국, 외국은 주류광고부터 규제한다

술에 관대한 나라 한국, 외국은 주류광고부터 규제한다

주류광고 모델 연령 제한, 알코올 도수별 규제…술 마실 수 있는 공공장소 한정

기사승인 2018-11-14 00:06:00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관대하다. 권주(勸酒), 순배(巡杯), 연주(連酒), 폭음(暴飮) 등 집단적 음주문화가 팽배해 “술에 취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취상태가 감경사유로 작용되기도 하고, 살인, 강도, 강간 등 흉악범죄의 30% 이상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다.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매일 13명씩 발생하고 있고, 자살‧자해 손상환자들도 음주와 관련이 있다. 의존‧남용 증상이 있는 알코올 중독자는 139만명이고,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액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9조 4000억원에 이른다.

음주장면의 미디어 노출도 빈번하다. 최근 미디어 기술 발달로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주류광고가 확산됐고, TV 프로그램에서도 음주장면 방영 횟수가 늘었다. 주류 광고에 쓰인 비용은 2000년 767억원에서 2017년 2854억원으로 3.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주류광고 및 마케팅이 청소년의 음주 시작을 앞당기고 음주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청소년 65% 주류광고 노출, 음주시작 시기 앞당겨…‘광고규제’ 효과는?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65%가 주류광고, 음주장면에 노출됐고, 12.6%는 노출 후 음주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역시 주류광고에 노출되면 음주량이 증가하는데, 광고지출비 10% 증가시 주류 소비는 0.32%, 맥주 0.2%, 증류주 0.7%씩 증가한다. 또 광고가 주류 상품과 음주 행태에 대한 신념 및 태도 형성에 영향을 미쳐 구매를 촉진하거나 잘못된 음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고규제는 음주소비 감소를 5~8% 감소시킨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광고 28% 감소는 매월 청소년 음주소비를 25%에서 21~24%까지 감소시킬 수 있고, 폭음자는 12%에서 8~11%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주류광고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음주폐해 예방 실행계획’을 13일 발표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음주장면이 음주행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2020년부터 주류광고 시 광고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거나 맥주 캔을 따는 등 소리를 통해 음주를 유도하는 표현이 금지된다. 미성년자 등급 프로그램은 기존 지상파·케이블TV뿐 아니라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데이터 방송·IPTV(실시간 방송프로그램)에도 주류광고 금지가 적용될 예정이다. 또 담배광고 금지기준과 같이 주류회사 행사 후원의 경우 제품 광고를 금하고, 후원자 명칭만 사용하며 지하도, 공항, 항만, 자동차, 선박 등의 교통시설이나 수단에도 주류광고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25세 이하 모델은 주류광고 금지, 알코올 도수 따라 광고 규제

이미 외국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주류마케팅의 방법을 규제하고, 지나친 음주를 묘사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은 25세 이하 모델 기용을 금지하고 있고, 캐릭터를 사용하거나 청소년 시청 매체에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알코올 광고 규제법인 에뱅법(Loi Evin)을 제정해 담배와 술에 관한 광고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에서 광고를 금지하고 있고, 1.2% 이상의 음료는 모두 주류로 취급한다. 텔레비전 또는 극장에서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주류업체가 문화 또는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는 것을 막고 있다.

광고가 허용되더라도 광고내용이 규제된다. 메시지와 이미지는 제품의 질에 대한 언급에 국한되고, ‘알코올 남용은 건강에 위험하다’는 내용을 광고에 포함해야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나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담은 내용의 광고도 막았다.

스웨덴은 TV, 라디오에서의 술 광고를 전면 금지했고, 알코올 도수 15% 이상 제품은 인쇄매체 주류광고도 금지했다. 노르웨이는 알코올 함량 22% 이상의 주류 광고를 금지했다.

핀란드는 알코올 함량 22% 이상 주류의 광고를 전면 금지시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유되는 주류광고도 금지했다.

알코올 함량을 기준으로 광고를 규제하는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페인은 20도 이상, 러시아는 5도 이상, 루마니아는 모든 증류주의 방송광고를 금지하거나 시간대에 제한을 뒀다.

노르웨이는 모든 주류광고가 전면 금지되며, 호주는 ‘호주 알코올 가이드라인’ 내용을 벗어나는 음주행위 묘사, 휴식, 파티, 스포츠 활동, 축하 등의 내용을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주류업계와 협의를 거쳐 수용하기 힘든 마케팅이 진행된 경우, 해당 주류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해외는 주류접근성 규제도 엄격…캐나다, 공공장소 주취자는 영장 없이 체포

한편 해외에서는 주류접근성 규제도 엄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장소 음주를 제한하기 위한 법적 제도가 미미하고, 자연공원 내 대피소, 산 정상지점 등 범위도 매우 협소하다. 국민 대다수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고, 주취자의 폭력행사로 두려움을 경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령제한 외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주류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캐나다는 주류판매가 허용된 음식점, 라운지 등에서만 음주가 허용된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는 술에 취한 사람이 공공장소에 있을 수 없고, 경찰은 발견 즉시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앨버타에서는 이를 어길 경우 일반적으로 1만 달러 이하, 6개월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대부분 주에서 21세 이하의 주류구매, 보유,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거의 모든 주에서 주류판매 요일과 시간을 제한한다. 뉴욕에서는 개봉한 술병을 공공장소에서 들고 다니면 불법이다.

서호주의 경우 어떤 연령의 사람도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으로 되어 있으며, 호주 대부분 지역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공원에서 휘청거리면 경찰이 격리할 수 있다. 취해서 난동을 피울 경우 초범은 최고 590 호주달러(약 68만원), 상습범은 최고 1100 호주달러(약 12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 금주구역을 지정하는 방안도 ‘음주폐해 예방 실행계획’에 포함했다. 공공성이 높거나(청사, 의료기관‧보건소, 도서관)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장소(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청소년활동시설 등)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해 음주행위와 주류 판매를 금한다는 내용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번 음주폐해예방 대책 추진을 통하여 음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청소년 등 음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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