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세계대전 수준 재난될 것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세계대전 수준 재난될 것

슈퍼박테리아 확산 우려에 한국도 고심...의료시스템 혁신 항생제 사용 스튜어드십 도입 등 제안

기사승인 2018-11-14 04:00:00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국내 의료시스템 전반을 개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루빨리 항생제 사용량을 낮추고 향후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재난을 대비해야 하는데,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대한항균요법학회가 ‘2018 항생제 내성 예방 주간’을 기념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전문가들의 정책제안과 현장의 고충이 쏟아졌다. 

항생제는 많이 쓸수록 항생제에 효과가 없는 내성균의 등장을 부추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현존하는 모든 항생제가 들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을 권고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로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다제내성균 관리에 대한 큰 틀의 의료혁신이 필요하다”며 1~2인실·격리실 확충, 선진국 수준의 의료인력 충원 등 의료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엄 교수는 “국내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이다. 일부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의 역학조사결과 이미 내성균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토착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내성균 관리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을 시작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재앙과 같은 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다제내성균 감시에 필요한 배양검사와 유전자검사(PCR)에 대한 재정적 지원 ▲읍압격리실·접촉격리실 확충 및 건강보험급여 인정 ▲다제내성균 보균자 정보 공유시스템 구축 ▲감염위험 높은 다인실 대신 1~2인실 병실 구축 ▲선진국 수준의 병상당 의료인력 확충 등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항생제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도록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영국의 경우 항생제 사용 교육 프로그램과 처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국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영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2014-2015년 의원급 4.3%, 병원급 5.8% 감소했다.

배현주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을 경우 환자만족도가 떨어지고, 환자를 치료하는데 40% 가량 시간을 더 써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에 대한 이점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 교수는 “우리도 정부와 전문가들의 민관협의를 통해 가장 적절한 항생제를 골라내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또한 어린아이들의 항생제 과다사용은 내성 문제뿐만 아니라 아토피 등 건강상 폐해도 야기하는 만큼 의료진과 대중에 대한 교육도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과 환경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석훈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사람-동물-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범부처 차원의 항생제 내성균 사업 운용을 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슈퍼박테리아 시대가 오면 인류가 페니실린이 개발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온다”며 “개인적으로도 항생제 극복이 쉽지 않다고 본다. 세균은 20분에 2배 이상 늘 정도로 확산이 빠르다. 지금 열심히 관리해서 항생제를 쓸수 있는 기간을 1년이라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당 34.8명(OECD 평균 21.1명)이 항생제를 처방 받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중 터키(40.6명),  그리스(36.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으로 지정해 국가별 항생제 내성 대책과 인식 확산을 권고하고 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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