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싸구려 죽음"..병원은 생애말기돌봄 준비됐나

"여전히 싸구려 죽음"..병원은 생애말기돌봄 준비됐나

10명 중 7명은 병원사망...죽음 준비할 공간·서비스 필요

기사승인 2018-11-15 03:00:00

"우리는 여전히 싸구려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급성기 병원 임종기 환자의 생애 말기돌봄 심포지엄'에서 염호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인제대 백병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이뤄지는 몇 군데 병원을 참관해봤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종환자를 위한 의료시스템과 임종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염 부회장은 “어떤 시스템 도입을 이야기할 때 대개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지, 임종실이 있는지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러나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라며 “우리는 겉만 있고 내용은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임종기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다양한 돌봄 프로그램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우리 국민의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중 의료기관 사망비율은 2007년 60%에서 지난해 76.2%로 증가했다. 이처럼 국민 대다수가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고 있지만, 병원 사망의 현실은 아직 녹록치 않다. 

김대균 가톨릭의대 교수는 "의료기관 입원 환자가 임종기에 들어가면 보통 30~60만원 정도를 부담하고 1인실을 이용한다. 그러나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병실사정에 따라 어쩔 수없이 어수선하고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병동 내 처치실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 사망의 급증에도 우리나라 병원의 대부분은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배려하는 노력이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종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환자가족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우리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병원 임종기 돌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임종경험 당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임종경험 당시 병실환경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32%였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의료진들은 임종환자 돌봄에 대한 교육이나 수련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임종을 대하는 시간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종기에도 우리 의료는 과잉된다.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혈액검사를 반복하고 패턴화된 의료서비스가 이뤄진다"고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병원의 질 높은 임종돌봄을 위한 방안으로 ▲급성기 병원에 전문완화의료팀 운영 확대 ▲임종기 판단 이후 1인실 이용의 급여화 ▲임종실 설치 장려 ▲모든 급성기 병원 의료진에 임종돌봄 교육 ▲임종돌봄에 필요한 도구 개발 및 보급 ▲지역사회 기반 생애말기돌봄체계구축 등을 제시했다.

염호기 부회장도 ‘의료진에 대한 교육 문제’에 공감했다. 염 부회장은 “의과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되었지만 우리 세대는 임종기 돌봄에 대해서 배우지 않았다. 교육받지 못한 사람은 잘하지 못한다”며 “의과대학 학부 교육부터 이뤄져야하고,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료진에게도 당연히 적극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조윤미 소비자권익포럼 운영위원장은 ‘죽음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비롯된 문제’로 진단했다. 조 위원장은 “의료진은 임종 전부터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느낀다. 어떤 단계에서 임종을 이야기하고, 어떤 종류의 상담이 이뤄져야 하는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이 의료분쟁과 소송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생가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폭탄같은 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보통 임종직전 1주일사이에 엄청난 비용의 의료서비스를 쏟아 붓게 된다. 경제적 요인이 다는 아니라고 본다. 어느 시점에서 치료를 중단해도 되는지 명확하지 않으니 하던 처치를 계속 하는 것 같다”며 “불필요한 치료 대신 적절하게 임종케어를 할 수 있다면 의료의 질이 좋아지고 결국 의료불신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병원 임종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과 누가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연계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법의 틀 내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을 임종기 전반의 돌봄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복지부 내부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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