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가 미래먹거리로 급부상한 전기차 관련 산업을 정조준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학업계 1위 LG화학과 SK케미칼, 종합 에너지화학사로 변신 중인 SK이노베이션 등은 전기차 배터리부터 관련 소재 산업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사업은 전기차 관련 사업이다. 전기차 시장은 세계적 ‘탈 화석 에너지’ 흐름에 발맞춰 급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9년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 규모로 대폭 성장하고, 전 세계 판매 차량의 21%를 차지할 전망이다.
아울러 전기차의 필수 요소인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14GWh에서 2025년 480GWh로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화학 사업은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에 취약해 ‘천수답’(天水畓:빗물에만 의지해 경작하는 논) 사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전기차 사업이 이런 취약점을 보완할 적절한 수익모델이라는 평도 많다.
우선 LG화학은 자사 배터리 공장을 대륙별로 마련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LG화학은 한국·중국·유럽·미국에 4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보유했고, 지난해 말 기준 18GWh를 기록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0년에는 90GWh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생산능력 확대를 중국 남경 빈강(滨江) 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기공식을 개최하고,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생산능력 확충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수주물량도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육성에 훈풍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 6월 확보한 수주잔고는 60조원을 상회하며, 내년 수주잔고는 70조원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시장인 중국 배터리 시장을 중심으로 배터리 공장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장쑤성 창저우에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생산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착공해 2022년 완공 예정인 유럽 헝가리 공장을 합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연간 생산량은 2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4일에는 공급 물량, 가격 등 세부 사항은 고객사(폭스바겐)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유동적이나 폭스바겐과 미국 및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도 맺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술과 안정적 공급 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으로 영토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에 신규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최종 후보지 3~4곳을 검토 중이다. 유럽 지역에서는 헝가리를 포함한 신규 공장 후보지도 물색 중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SK케미칼은 차량용 복합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복합소재 전시회 ‘JEC ASIA 2018’에서 공개한 프리프레그(Prepreg) 소재는 철의 1/4 무게로 10배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친환경 차는 보통 차량과 달리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이 무겁다. 자동차가 조금의 차체 경량화로 수십 킬로 주행거리 증대 효과를 얻는다는 점을 상기할 때 전기차 상용화와 함께 차량용 복합소재 수요가 크게 증가해 좋은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 관계자는 “화학업계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는 전통적 에너지 사업에만 집중도가 높다”며 “이 탓에 국제유가 등 외부변수에 취약하고, 다가올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이 밀려올 때 사업 기반을 잃을 우려도 있다. 이 탓에 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전기차 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