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쉬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임기응변 대응

[기자수첩] 아쉬운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임기응변 대응

기사승인 2018-11-20 01:00:00

금융연구원이 19일 주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토론회’에서 갑작스러운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발언에 나서기에 앞서 한 금융소비자가 공개적으로 최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

김 모 금융소비자는 정부의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과 관련해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말하는 데 금융소비자가 빠진 상태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야기 하고 있다”며 ”이는 말이 안된다. 한 번 만나 이야기 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금융소비자 ‘보호’라고 이야기 하는데 보호라는 단어는 금융소비자를 약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의미이다. 금융소비자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용어 사용을 지적했다.

연단에 올라서 축사를 할 준비를 하던 최 위원장은 갑작스러운 요청에 “언제라고 이야기 하지는 못하지만 비서실에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어가지고 말할 게제는 아니다, 그만 하라”고 금융소비자의 발언을 단호하게 끊었다.

비록 갑작스럽고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금융소비자의 발언에 대한 제재가 필요했지만 이날 토론회 주제가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이였다는 점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이날 최 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패러다임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설문결과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응답이 44%에 달했다”면서 “앞으로 소비자 보호방식을 소비자 참여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언해 이러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아쉬운 임기응변은 축사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김금아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대표가 최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최 위원장이 행사장에 나서는 길에 “반드시 면담을 하게 해 달라, 암환자들은 반드시 면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요청했고, 최 위원장은 김 대표의 요청에 뒤돌아 가며 “일정을 확인해 보겠다, 제가 안 되면 직원들이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다”고 응답했다. 

다만 최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현장에서는 다소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시간이 부족해 기회가 안 되면 직원들이라도 면담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의미였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암환자가 면담을 요청하는데 직접 만나줘야 하는 것 아니냐, 직원과 이야기 하라는 것은 다소 적절하지 못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한 면담을 요청한 이들과 1~2분 대화도 없이 다음 일정을 떠나 버린 최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관료 출신이라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해 왔다. 다만 최 위원장의 발언과 같이 국민들의 체감도는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날 해프닝은 이러한 원인이 정부의 소통부족에 있었는지 또 관료적 생각이 소비자와의 소통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 보게한다. 

아울러 최 위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사를 통해 내놓은 “금융소비자의 시각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금융시장의 발전과 금융서비스의 고도화에만 집중하다 보면 금융은 더욱 더 어려워지고 금융소비자로부터 더욱 더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당부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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