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건설 등 수요산업의 둔화에 시달리면서도 국내 철강업계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 반면 동국제강 등 중소형사는 대내외적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포스코는 7년 만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철강업계 ‘맏형’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011년 이후 최대인 1조531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제철 역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376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와 달리 중소형사의 맏형 격인 동국제강은 대내외적 악재에 지난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526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세아제강지주(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 등)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 축소된 243억원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처럼 대형사와 중형사 간 영업익이 양극화된 이유는 중소형사들이 ‘일관제철’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과 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이 위축된 탓이다.
우선 철강을 만드는 공정은 크게 제선·제강·압연의 세 공정으로 나뉜다. 이 공정을 모두 통틀어 일관제철이라 일컫는데 이 공정의 경우 용광로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쇳물부터 최종제품까지 모두 만들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일관제철을 통해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한 반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수요에 따라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내외적 변수에도 안정적인 영업익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완제품만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등 중형철강사들은 원료와 반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이에 적절한 대처가 불가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최종 제품 가격에 오른 원자재가를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건설 시장 등 수요시장이 둔화된 상태에 원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극봉과 바나듐 같은 철강 부재료의 가격은 지난해 대비 5배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동국제강이 판매하는 철강재의 가격에는 원가 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더해 철강업 주요 수요산업의 부진도 중형철강사의 경영난에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가전 등 시장의 둔화로 제품 판매량은 감소하는 가운데 원자재가는 상승했다”며 “큰 업체와 달리 대내외 악재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