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우산으로 만든 지갑, 자투리 원단으로 만든 가방, 폐기물을 재활용한 액세서리, 버려진 재료들이 상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23일 찾아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이벤트 홀은 ‘에코 패션 페어’로 꾸며져 친환경 패션 브랜드들로 가득했다. 무분별한 일회용 비닐‧플라스틱 사용, 동물 학대의 폐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친환경 패션’을 알리기 위함이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린넨 소재만 사용해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젠니클로젯’,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하고 수익금을 동물, 환경을 위한 캠페인에 환원하는 ‘비건타이거’ 등의 친환경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이번 패션 페어는 친환경 소재, 공정무역, 비건 패션,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의류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 마네킹이 걸친 코트를 살펴보니, ‘비건’이라는 글귀가 들어왔다. 동물의 가죽이나 털 없이 생산한 제품이다. 바로 옆 상의는 의류 제작 후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만들어졌고, 버려진 그림들의 캔버스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도 전시되어 있었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외국엔 친환경 브랜드 관련 상품이 많은데 반에 아직 국내서는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최근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패션 페어 관계자는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는 비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에서도 고객의 친환경 수요를 만족시키고자 처음으로 관련 행사를 마련했다"며 “친환경 패션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 한다”고 밝혔다.
의류 생산에서 발생한 잔여 원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니들앤코’ 를 비롯, 제로디자인, 하이사이클, 라잇루트, 원더스타일 등의 브랜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폐 우산을 활용해 카드지갑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인근에서 거주 중인 장모씨는 “평소 일회용 비닐과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에 생각이 많았다”며 “버려지는 현수막과 폐 우산으로 만든 액세서리라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환경‧비건 패션‧친환경 가죽 등 윤리를 앞세운 만큼 가격대도 비교적 합리적이었다. 대표 상품인 젠니클로젯 토드백 12만5000원, 제로디자인 셔츠원피스 8만5000원, 니들앤코 머플러 2만3200원, 원더스타일 코트 78만5000원 등이었다.
최근 유통가에는 비닐 쇼핑백을 없애고, 비건 패션을 선언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등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내달 시행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손문국 상품본부장은 “국내서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처음으로 마련했다”며 “이번 행사를 정례화하고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에코 패션 페어’는 오는 25일까지 진행하며, 방문 고객 대상으로 노트, 장바구니, 양말 등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SEF 인스타그램 계정에 댓글을 달면 사은품도 주어진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