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를 향한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성장가도를 달리는 제약산업에 오너 갑질로 제동이 걸리더니, 자정노력에도 연이은 리베이트가 적발되며 국민 신뢰마저 잃어가고 있다.
지난 9월 광동제약은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던 관계자가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건으로 광동제약은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10월에는 국제약품이 42억원대 불법 리베이트 제공 의혹으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게 42억8000만원 상당 리베이트를 제공한 임직원 10명과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06명 등 총 127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11월에는 안국약품이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역시 리베이트 의혹이다. 특히 압수수색 당시 모든 서버를 검찰이 확보했다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실 지난해부터 제약산업의 악영향을 끼칠 움직임은 있었다. 지난해 1월 부산동부지검이 부산지역 리베이트를 조사하며 지역 도매상과 의혹이 제기된 제약사들의 본사까지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히 당시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압수수색까지 초래했다. 이러한 정부의 오명은 향후 제약계 리베이트에 강력대응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제약업계에 칼날을 겨누는 곳은 검찰 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의혹으로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거래정지 및 고발조치까지 받았다.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중간결과는 코스닥 시장을 견인하는 바이오제약기업에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큰 우려는 국세청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국세청이 제약업계를 조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국세청은 리베이트 제약기업에 대해 제대로 세금 부과를 못했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수개월 전 취재원 중 한명인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홀딩스를 타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기자에게 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업계 전반에 파장이 클 텐데 ‘설마’하며 넘겼지만 3개월도 안돼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A제약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다.
세무조사가 진행되면 해당 기업은 통상적인 세무조사라며 진화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번 역시 다르지 않았지만 홀딩스 전환에 대해 국세청이 관심을 보이고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홀딩스 전환을 통한 기업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기업의 주가는 크게 올랐고, 대부분 주식 부자가 됐다. 정부로서는 한번쯤 점검할 때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약산업이 ‘글로벌화’를 외친지 수년이 지나고 있다. 이를 위한 R&D 투자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기업윤리 측면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기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제약산업이 역할을 하려면 보다 기업윤리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갑질, 불법 리베이트로 유지되는 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기업, 투명한 회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이 아닌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가 지금일 것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