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쌀값, 어찌하리오”…정부‧농가 갈등에 소비자는 ‘불안’

“높은 쌀값, 어찌하리오”…정부‧농가 갈등에 소비자는 ‘불안’

수확기임에도 쌀 가격 오름세 지속…농가 "쌀 목표가격 인상해야" 반발

기사승인 2018-11-28 02:00:00

쌀 가격을 놓고 정부와 농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높은 쌀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는 비축미 방출 계획을 세운 반면, 농업계는 기존 쌀 가격이 낮았던 것이라며 햅쌀 방출을 늦추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농가들은 내년 쌀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해 쌀 출하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내년 쌀 가격이 오를 것이라 판단한 대형 농가들이 쌀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올해는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해"라고 밝혔다. 

‘쌀 목표가격’이란 정부가 농민들에게 주는 보조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쌀 가격이 목표가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 일부를 농민에게 보전해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9일 최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향후 5년간 쌀 목표가격을 80㎏ 기준, 19만6000원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농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땐 쌀 목표가격을 21만7000원으로 주장했는데, 여당이 되니 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농업계는 “밥 한 공기 가격을 겨우 10원 올린 격”이라며 “쌀 목표가격은 농민의 최저임금과 같은 것으로, 19만6000원은 최소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갈등과 맞물려 쌀 가격은 수확기임에도 계속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조사한 산지 쌀 가격에 따르면 한 가마니에 19만3684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 15만3124원보다 4만원 이상 올랐다. 한 달 전 가격 17만8321원과 비교해도 1만5000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여기에 유통과정을 거치면 소매가는 더욱 높게 책정된다. 지난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쌀 소매가격은 한 가마니 평균 21만4472원, 최저가는 20만4000원, 최고가는 2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높은 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축미 5만톤 방출을 결정했다. 공급을 늘려 쌀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었다. 쌀 공급이 늘어나는 수확기로서는 매우 이례적 결정이다. 정부는 최근 이 계획을 확정하고 공매 공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업계는 “수확기에 쌀 가격 안정을 이유로 비축미를 방출 한 적은 어느 정권에도 없었고, 비축미 방출이 오히려 쌀 가격 회복을 망치고 있다”며 “쌀 가격이 마치 물가 상승의 주범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하는 농업인 홀대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와 농업계의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대표는 "필수 소비재인 쌀 가격이 오르면 외식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는 높은 쌀 가격을 조속히 조정해야 하며, 농업 정책결정에 있어 생산자 뿐 아니라 소비자도 고려하는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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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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