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전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임신할 수 있습니다.”
조미진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 간호사는 “나이나 유산 경험 때문에 임신을 포기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8월 국제 나프로(자연임신) 전문 자격(NaPro FertilityCare Practitioner,FCP)을 취득한 국내 1호 간호사다. FCP는 미국 교황바오로6세연구소가 1976년부터 양성한 나프로 전문과정이다.
나프로는 ‘natural procreation’의 합성어로 자연임신을 뜻한다. 나프로임신법은 여성의 질분비물을 관찰·기록해 임신관련 호르몬의 변화를 감지하고, 가임기를 예측해 자연임신을 유도하는 임신요법이다.
한 마디로 생리주기를 관찰해 최적의 가임기를 찾는 것.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는 배란기에 가까울수록 질 분비물이 많아지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는 생리 이후에는 분비물이 줄어들거나 건조해지는 ‘몸의 변화’에 주목했다.
조 간호사는 “자궁경부 분비물을 통해 호르몬 변화를 파악하면 몸의 문제나, 임신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며 “나프로임신법은 기존의 질분비물 관찰법을 객관화, 체계화, 표준화시킨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분비물의 상태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일례로 배란기의 분비물은 계란 흰자와 같은 투명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여성이 정상적인 생리 패턴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28일 주기로 생리를 하더라도 배란일이 보통 패턴에서 벗어난 경우도 있고, 다른 건강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몸의 문제를 해결해서 임신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폐경이나 무정자증이 아니라면 누구든지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방식을 적용해 임신에 성공한 난임 환자도 적지 않다. 이미 난임 시술에 실패한 여성이 임신에 성공하는가 하면, 40세 이상 고령 산모가 임신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조 간호사는 “나프로임신법을 시작하고 17개월 만에 자연임신에 성공한 48세 산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전에 4차례 시험관 아기를 실패하고, 유산한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나프로가 거의 마지막 방법인 셈이었고, 걱정도 많으셨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나서 행복한 모습으로 내원하셨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조 간호사는 나프로임신법 활성화를 위해 교육활동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나프로임신법은 누구나 배워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만 실패하지 않는다”며 “난임 대상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산부인과적인 건강관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