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질 예정이다. 이에 개정안으로 직격타를 받을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들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개정안이 복합쇼핑몰 월 2회 주말 강제휴무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실제 기자가 만난 쇼핑몰 입점 점주들은 “개정안 논의가 미뤄졌다 해도 내년에 또 할 것 아닌가, 경제 전망도 어두워 자영업 하는 입장에선 잠을 설친다”며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 역시 약자인데, 법안으로 장사를 막는 건 부당하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이 골자인 유통산업발전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반문했다. 쇼핑몰 입점 점포의 과반 이상이 대기업과 무관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인 만큼 규제로 인한 매출 하락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쇼핑몰에서 영 캐주얼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대기업 쇼핑몰에 입점했다고 소상공인이 아닌가, 이웃 매장 대다수가 소상공인”이라며 “주말에 쇼핑몰 문을 닫게 한다고 해서 인근 전통시장, 골목시장 상권에 사람들이 몰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4일 실시한 ‘국내 복합쇼핑몰 임차인 구성 전수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내 1295개 매장 중, 중소기업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은 총 833개로 전체의 68%에 달한다.
바로 옆에서 신발 매장을 운영 중인 김모씨 역시 “현재 관련 법안이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인들이 태반”이라며 “쇼핑몰 측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걱정스레 답했다.
특히 주말 강제휴무 조항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복합쇼핑몰은 놀이시설‧볼거리를 즐기러 오는 가족이 많아, 주말에 문을 닫게 되면 매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순수 영업이익을 보면 더 암울하다. 휴무일이 생긴다고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가 크게 줄진 않기 때문이다.
성인남성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주말 이틀 매출이 평일 전체 매출과 비슷하거나 배가 되는 수준인데, 주말에 매장을 쉬게 되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다“며 ”차리리 평일에 쉰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주말은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용품 관련 매장을 운영하는 강모씨 또한 “복합쇼핑몰 입점한 상인들은 주말만 보고 장사를 하는데, 주말 강제휴무는 장사를 접으란 소리”라며 “쇼핑몰 유동인구만 봐도 주말이 평일의 두 배가 넘는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소상공인 간의 ‘을을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내년에 개정안에 대해 좀 더 신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경연은 “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 규제의 효과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규제로 일관할 경우 입점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며 “매출과 고용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법안 도입 논의는 매우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다수의 소상공인 단체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복합쇼핑몰은 기존 대형마트보다 영향이 커 골목상권을 초토화하고 있다”며 “복합쇼핑몰은 규제나 제한도 없이 상권에 무혈입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