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아르헨티나 국립역사기념공원서 민주주 열사들 추모

문 대통령, 아르헨티나 국립역사기념공원서 민주주 열사들 추모

기사승인 2018-11-30 08:31:16

촉촉하게 비가 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역사 속의 인물들을 기념하는 국립역사기념공원에서의 참배와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어지는 질문과 대화로 시간을 넘겨 한참 동안 진행됐다.

산틸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시장과 호크바움 원장의 안내를 받아 입장한 문 대통령은 시종 숙연한 표정으로 공원에 대한 안내를 경청했다.

기념공원에는 아르헨티나 민주화 운동 중 희생된 실종자 및 희생자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4개의 벽이 있다.

벽은 실종 및 사망 시기별로 1969~1976, 1976, 1977, 1977~1983 등 4개의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종자들의 이름과 나이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은 벽을 따라 이동하며 종종 멈춰 희생자들의 나이와 이름을 읽어보며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은 벽의 의미와 아르헨티나의 진실규명 작업에 대해 여러차례 질문했다.

대통령 : “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들 이름입니까?”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 : “이름과 나이입니다.”

대통령 : “이 분은 나이가 18살이었습니까? 지금도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벽에 이름을 추가합니까?”

호크바움 공원장 :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이름을 추가합니다.”

대통령 :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합니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합니까?

호크바움 공원장 :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2,400명의 가해자들을 처벌했고, 1,200명이 구속됐습니다.

대통령 :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습니까?”

호크바움 공원장 : “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는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호크바움 공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추모하던 대통령은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5월광장 어머니회’ 의 관계자들과 만났다.

5월 광장 어머니회(Asociación Madres de Plaza de Mayo)는 아르헨티나 군사정부 통치 당시 저항하다가 실종되거나 살해당한 희생자들의 어머니들이 만든 단체로 작년에 40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은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는 “30년 전에 손자가 실종됐다가 3년 전에 찾았습니다”라며 맺힌 사연을 털어놓았다. 대통령은 어머니들의 손을 잡고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어머니들의 가슴에 달린 뱃지와 사진들을 매만지며 “따님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 군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같은 시기 군부독재에 저항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가족 모임이 있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며 어머니들의 처지에 공감을 표했다.

5월광장 어머니회의 어머니 중 한 명이 5월광장 어머니회의 역사가 기록된 책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대통령은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공원 옆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져 추모했다.

희생자 추념비와 기념공원을 라플라타강 옆에 세운 것은 군부독재 시절 비행기로 사람들을 강에 빠트린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군부는 학생과 젊은이들을 주로 탄압했다.

대통령운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민가협 어머니들이 준비한 선물과 우리 측에서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전달했다. 선물은 1994년 6월 민가협과 5월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의 만남 때 찍었던 기념사진과 당시 착용하고 있던 보라색 수건과 부채 등이었다.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준비해 간 나비 브로치를 직접 5월광장 어머니들에게 달아주었습니다. 대통령은 아직 찾지 못 한 실종자들을 모두 찾기를 바란다며 어머니들의 손을 잡았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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