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건 재밌는 일입니다. 그 대상이 유명할수록 말이죠. 게다가 그들의 일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게 또 별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의 관계를 유추하거나, 연예인이 SNS에 올린 글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하죠. 오지랖이 너무 넓다고요? 네맞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만큼이나 명확한 건,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이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겁니다.
방송인 전현무와 한혜진이 난데없는 결별설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7일 방송한 MBC ‘나 혼자 산다’ 때문이죠. 이날 한혜진이 전현무의 개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결별설의 불씨가 됐습니다. 여기에 전현무가 과거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한혜진과) 싸우고 난 뒤에는 한혜진이 내 말에 덜 웃는다”고 말한 게 결별설의 근거가 됐고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인 의견은 기사화됐고, 기사는 또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을 지폈습니다.
정작 양쪽 소속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에 시간이 걸려서가 아니라,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청자의 ‘궁예’(관심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던 후고구려 왕 궁예에 빗대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에 일일이 대응했다가는, 홍보팀 직원들은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일 테니까요. 사실 이런 일은 서로 묻고 답하기도 낯 뜨겁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저… 한혜진씨, 이번 방송에선 전현무씨 말에 왜 안 웃으셨어요? 혹시 싸우셨어요? 아니면 두 분, 헤어지셨나요?”
불편한 관심은 결혼 뒤에도 계속됩니다. 배우 이동건, 조윤희 부부가 그런 예죠. 두 사람은 지난 9일 딸 이로아 양의 돌잔치를 열었습니다. 문제는 돌잔치에 참석한 지인이 로아 양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부터입니다. 사진은 빠르게 퍼졌고, 앞선 결별설 사례와 마찬가지로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남다른 미모’ ‘비주얼 가족’ 같은 단어와 함께 말이죠. 그동안 아이의 정면 사진을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던 조윤희는 이날 SNS에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이라며 “로아의 얼굴이 이렇게 노출되는 건 부모로서 너무나 원치 않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이들 부부가 유난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심지어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제의가 오면 덥석 수락할 것 같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며 누리꾼의 ‘뇌피셜’(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신조어)을 기사 제목에 인용한 매체까지 있습니다. 이런 설전을 의식한 걸까요. 조윤희는 SNS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건 아니냐고요. 관심과 사생활을 등가교환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러려면 상호간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적어도 전현무·한혜진과 이동건·조윤희 부부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네요. 참견과 오지랖은 재밌지만, 그럴 수 있는 권리가 당연하게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