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유치원 집단 폐원,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친절한 쿡기자] “유치원 집단 폐원,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유치원 집단 폐원,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기사승인 2018-12-11 05:00:00

잠시 시계추를 되돌려 볼까요. 시·도교육청은 지난 10월25일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한 사립유치원이 부당 사용한 교비가 무려 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불거졌습니다. 이후 국회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박용진 3법이 논의됐죠. 박용진 3법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고 교비를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으로 일원화해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법안에 대해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규모에 맞지 않은 관리시스템이라며 반기를 들고 집단 폐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정부는 묵과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유치원이 휴업·폐업을 원할 시 학부모의 사전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조치했습니다. 또 유치원 운영위원회와도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없이 유치원이 휴업·폐업을 한다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습니다. 무단 폐업은 불법. 안심해도 될까요. 유치원의 예산 부당 집행이 적발돼 환수 조치된 금액은 산술 평균 3억3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벌금, 어느 쪽이 이득인지 눈감고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한유총이 집단 폐원하면 부모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새로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거나,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겨야 합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아이를 회사에 데려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쿡기자는 최근 아이와 함께 회사에 출근하는 체험기를 작성했습니다. 체험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결론은 아이 보육과 부모의 노동은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는 겁니다. 험기사에는 아이를 회사에 데려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공감하는 부모들의 탄식 섞인 댓글이 달렸습니다. 업무와 육아 둘 중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부모, 떠돌아다녀야 하는 아이. 집단 폐원의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와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부모와 아이를 볼모로 삼았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루이비통 명품 가방, 노래방, 미용실, 벤츠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사립유치원 운영자가 교비로 무단 사용한 내역이라는 겁니다. 사립유치원이 정부에 시위할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회계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시점에서 집단 폐원 카드가 적절한 방법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정부도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고현정이 출연한 드라마 ‘대물’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우린 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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