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것과 섹시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 노출의 정도? 아니면 행위자의 태도? 그러면 ‘노림수’와 당당함은 또 어떻게 구분될까. 무해함을 강조하면 ‘노림수’고, 강인함을 강조하면 당당함이 되는 걸까. 마지막 질문. 섹스어필은 행위자의 욕구와 상관없이 그저 보는 이의 판타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만 이뤄지는 것일까.
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2018 마마 팬스초이스 인 재팬’(2018 MAMA FANS' CHOICE in JAPAN)에서 입은 옷이 구설에 올랐다. 이날 화사는 붉은 점프슈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문제는 노출의 정도였다. 화사의 옷은 점프슈트라기 보단 수영복에 가까웠다. 화사와 화사의 옷은 즉각 화제가 됐다. 공연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 화사의 이름이 올라갔고, 화사의 무대가 포함된 마마무의 공연 영상 조회수는 만 하루가 되기도 전에 10만 건을 넘겼다.
혹자는 화사를 팝스타 비욘세와 비교했다. 비욘세가 올해 연 월드투어 공연 의상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혹자는 화사의 옷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는… 예상한대로다. 솔로몬을 자처한 이들이 나타나, 비판이라는 명목 아래 성희롱과 외모 품평을 늘어놓는다. 화사의 무대를 묘사하며 ‘엉덩이 드러낸 채 남성댄스와 밀착’ ‘시선 홀리는 육감적 몸매’ 등의 제목을 내건 기사도 있다. 이쯤 되면, 화사의 몸을 성애화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화사와 비슷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엄정화, 이효리, 씨엘, 가인 등 여러 이름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여성의 섹스어필은 언제나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것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방식의 섹시 콘셉트를 우려하거나 견제하려는 반응일 수도 있다. 실제로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섹시 콘셉트가 걸그룹에겐 뜨기 위한 ‘치트키’처럼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노출=포르노’ 식의 견제는 한편으론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강화한다. 그러면서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섹시함을 드러낼 여지는 점점 줄어든다.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곱창을 먹었을 때처럼, 카메라를 향해 어쩌면 깔보는 듯이 눈썹을 씰룩대던 것처럼, 즉석에서 애드리브로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던 것처럼, 화사는 이번에도 자신을 표현했을 뿐이다. 논의 대상이 ‘무대 의상’이라면, 그것은 화사의 평소 캐릭터와 이날 퍼포먼스의 맥락 안에서 해석되는 것이 마땅하다. 화사의 노출에 대한 대중의 갑론을박은 여성의 신체를 향한 세간의 인식을 보여줄 뿐이다. 옷을 찢어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보이그룹의 안무 동작이 그저 퍼포먼스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처럼, 화사의 무대도 ‘여성’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그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을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