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최근 업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증설 등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꼭 필요한 분야의 적시 투자만이 수익성을 뒷받침해 장기적 수익 모델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에서 나온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케미칼, 에쓰오일, GS칼텍스, 롯데케미칼 등 정유·화학기업들은 최근 2023년까지 화학사업 설비 신증설에 14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들 기업의 투자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폴리프로필렌(PP, Polypropylene) 등 고부가 제품용 합성수지에 집중되고 있다. PP 등 합성수지는 전기전자소재, 자동차 내외장재, 필름 및 포장재, 식품 용기 등 생활 속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재료다.
특히 전 세계 PP시장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앞으로 5년간 매년 5%씩, 1940만톤 규모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화학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우선 한화토탈은 이달 초 5300억 규모의 신규 투자안을 공개했다. 한화토탈은 2020년까지 충남 대산 공장에 연간 폴리프로필렌(PP)40만톤, 에틸렌(ethylene), 산화프로필렌(PO) 4만톤 생산 규모의 설비 증설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토탈은 3800억원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증설이 완료되면 한화토탈의 폴리프로필렌 연간 생산능력은 112만톤으로 증가하여 국내에서 선도적 위치에 서게 된다.
한화토탈은 지난해에도 9000억원대 에틸렌과 프로필렌, 폴리에틸렌(PE) 증설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투자까지 합치면 총 1조4300억원을 2020년까지 대산 공장에 투자하는 셈이다.
한화토탈은 이번 투자안을 통해 제조원가와 규모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동시에 합성수지 생산 구조를 고부가 제품 생산 위주로 재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SM(스티렌모너머), PX(파라자일렌) 등 기초유분 사업에 편중된 주력사업 군을 합성수지 사업까지 확장해 석유화학 시장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화학업계 맏형 LG화학도 최근 투자협약을 통해 내년부터 2021년까지 ▲여수 산업단지의 납사분해시설(NCC) 등 2조6000억원의 설비투자 ▲지역인재 포함 300여명의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정유업계 2위 GS칼텍스는 여수지역에 2조7000억원 규모 ‘MFC’(혼합분해시설) 설비 투자와 500명 고용 창출, 현대케미칼은 대산지역 2조7000억원 규모 ‘HPC’(중질유+납사분해시설) 설비 투자 및 300명 고용, 정유업계 3위인 에쓰오일은 울산지역 5조원 규모 ‘NCC’(납사분해시설) 설비 투자 400명 고용 계획을 공표했다.
여수, 대산, 울산 등 3대 국내 석유화학 산업단지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전통 화학사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까지 여수 NCC 에틸렌 20만톤, 미국 ECC(에탄분해시설) 100만톤 신증설을 완료할 방침이다. 특히 향후 5년간 화학사업에만 20조원을 쏫아붓는 다는 통 큰 투자 계획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 특성상 업황 둔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다”며 “이에 위축돼 크게 보지 못하고 투자를 아끼게 되면 미래에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업황이 개선됐을 때 손만 빨게 될 우려가 있다”며 “업계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