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가요 결산] 올해를 달군 인물들

[2018 가요 결산] 올해를 달군 인물들

올해 가요계를 달군 인물들

기사승인 2018-12-21 00:01:00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 안에서도 특히 말 많고 탈 많은 곳이 가요계다. 기록은 또 다른 기록으로, 논란은 또 다른 논란으로 덮이는 곳. 감동과 경악이 엇갈린 2018년 가요계를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본다.


방탄소년단
지난 14일 열린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의 가장 영화 같은 순간은 ‘올해의 가수’로 선정된 그룹 방탄소년단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말하던 때가 아닐까. 우느라 쉰 목소리로 멤버 진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가 생각나는데요. 저희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저희끼리 해체를 할까 말까 고민도 했고….” 눈물을 꾹꾹 눌러 참던 뷔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꺼이꺼이 울었다. 곁에 있던 정국이 그를 안아 달랬다. 월드 투어, 빌보드 1위, 음반 판매량 1000만장 돌파 등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방탄소년단의 ‘지금’이었다.

올해는 방탄소년단의 해였다. 빌보드200 2회 연속 1위(‘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로 위시되는 해외에서의 활약이 특히 도드라졌다. 뉴욕타임즈, 타임, 포브스 등 세계적인 권위의 매체도 이들을 주목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청춘 서사, 다양한 콘텐츠,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 하지만 앞서 언급한 수상 소감이야말로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결집시키는 힘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에겐 ‘모범답안’이 없다. 단지 지금 자신들이 느끼는 바를 뜨겁게 토해낸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일곱 청년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사이 아미와의 유대는 가수와 팬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것으로 단단해진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사가 진행형인 이유다.

아이콘
요즘 영유아들은 이 노래로 말문을 튼다. 한글에 입문하는 아이들에게도 이 노래만한 교재가 없다. 그룹 아이콘이 지난 1월 내놓은 ‘사랑을 했다’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에게 특히 많은 인기를 얻었다. 단순한 박자와 반복되는 멜로디의 힘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노래는 가온차트가 집계한 2018년 디지털 종합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발표된 곡 중 유일하게 250만 건 이상 다운로드돼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사랑을 했다’ 발표 전 긴 공백을 가졌던 아이콘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성공이었다.

닐로
‘사재기’의 결과인가, 입소문의 힘인가. 상반기 가요계를 강타한 음원 사재기 의혹은 한 해가 저물도록 풀리지 못했다. 논란은 가수 닐로가 작년 10월 발표한 ‘지나오다’가 지난 4월 뒤늦게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지난 7월에는 가수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가파른 차트 역주행을 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닐로와 숀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6대 음원사이트로부터 이들 두 가수와 관련한 자료를 넘겨받아 외주업체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블랙핑크
“자신만의 걸파워를 가진 그룹” 그룹 블랙핑크에 대한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의 평가다. 데뷔 초 ‘제2의 투애니원(2NE1)’로 불리던 블랙핑크는, 오히려 투애니원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해외 K팝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어반 팝 갈래의 음악과 화려한 비주얼, YG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스웨거가 더해져 팀의 정체성을 완성했고, 동시에 여느 K팝 걸그룹과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난 6월 공개한 ‘뚜두뚜두’와 이 곡이 수록된 미니음반 ‘스퀘어 업’(Square Up)이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200에 동시에 오르면서, 블랙핑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내년 1월 순회공연을 통해 세계 각지의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현아·효종(이던)
가수 현아와 그룹 펜타곤 출신 효종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내 연애’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3일 “2년째 교제 중”이라고 직접 밝혔다. 팬들에게 솔직해지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날 두 사람의 열애설을 부인했던 당시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결국 “아티스트와 커뮤니케이션 오류”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공식 연인이 된 대신 이들은 직장을 잃었다. 현아는 지난 10월, 효종은 11월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아이돌 시장에 공공연한 ‘연애 금지 조항’을 돌아보게 만든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욕망은 어디까지 제한돼야 하는가. 현아와 효종이 던진 화두다.

윤종신
가수 윤종신은 지난 8월 자신의 SNS에 “타 미디어의 영향력에 덜 기대고, 여러분과 직접 음악과 생각들을 자주 나누고 싶다”고 적었다. 당시는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의 100번째 노래를 낸 뒤였다. ‘월간 윤종신’은 거대 미디어의 힘없이도 천천히 구독자를 늘렸다. 소비자가 주체가 된 콘텐츠 확산은 때로 유의미한 현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본능적으로’나 ‘오르막길’의 뒤늦은 인기가 그런 보기다. 윤종신은 최근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그의 시도는 이렇게 계속된다.

마이크로닷
‘사실 무근’과 ‘법적 대응’. 부모의 과거 사기 의혹에 대해 래퍼 마이크로닷 측이 처음 내놓은 입장은 이후 이어진 ‘연예인 가족 채무 논란’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 마이크로닷의 부모인 신씨 부부는 20여년 전 이웃과 친척에게 거액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처음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던 마이크로닷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속출하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했다. 신씨 부부에겐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국내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자, 온라인에는 연예인 가족에게 돈을 빌려준 뒤 받지 못했다는 폭로가 줄을 이었다. 가수 도끼, 비, 티파니, 윤민수, 김태우 등이 비슷한 구설로 곤욕을 치렀다.

산이
한 때 ‘랩 지니어스’라고도 불렸던 래퍼 산이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시작은 지난 11월 발생한 이수역 폭행사건이었다. 산이는 폭행에 연루된 여성 두 명이 상대 남성들에게 욕설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산이는 이후 ‘페미니스트’, ‘6.9cm’, ‘웅앵웅’, ‘기레기레기’ 등의 노래를 연달아 발표했다. 지난 2일 열린 브랜뉴뮤직의 합동 콘서트에선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정신병’이라고 일컬었다가 야유를 받기도 했다. 당시 소속사였던 브랜뉴뮤직은 산이의 발언에 대신 사과했고 회사와 산이의 계약 관계도 얼마 전 끝났다. 산이를 말릴 사람은 이제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 산이는 정말이지,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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