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는 7살 민준이는 매일 혈전제 등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민준이에게 맞는 약을 구하기가 쉽지 않는 점이다. 민준이 어머니 강다영(40·가명)씨는 “지금껏 문전약국에서 숱하게 가루약 조제 거부를 당해왔다.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가루약 조제는 잘 안 해주려해 애를 먹었다”며 “2년 전부터 알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그나마도 집에서 직접 0.125g씩 소분해서 먹인다”고 토로했다.
선천성심장병 등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진 소아 환자의 가루약을 병원약국에서 조제받도록 허용해달라는 주장이 나왔다. 일선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 행태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160억여 원을 들여 가루약 조제 수가 30% 가산해주기로 했지만, 일부 환자단체와 약국가 등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단순한 수가 가산으로는 가루약 조제 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수가 가산보다는 상급종합병원 원내약국에 예산을 투입하고 일부 가루약의 원내제조를 허용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가루약 조제를 거부하는 곳은 문전약국 뿐인데, 많은 환자가 몰리는 문전약국이 570원가량 더 받자고 가루약 조제를 환영할리 만무하다. 재정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6년 전 가루약 조제 거부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을 때 약사회 등에서 바로 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조제 거부 문제를 호소하는 엄마들의 연락을 받고 있다”며 “정신질환이나 파킨슨병 관련 의약품, 국가유공자 등 현재 의약분업 예외기준 목록에 소아희귀난치질환 만이라도 포함시켰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가에서도 가루약은 골칫덩어리다. 일반의약품에 비해 조제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루약 조제 시 나오는 분진과 관련한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약국에서는 건강 위해도 염려된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형병원의 한 문전약국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백 건 처방이 들어오는데 손이 많이 가는 가루약을 3개월, 6개월씩 조제하다보면 하루가 다 갈 정도”라며 “가산 수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최근 원외처방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리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단체 등에서는 의약분업 예외기준 허용 사례가 늘어날 경우 자칫 의약분업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병원약사회 관계자는 “일부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거부는 약사로서 부끄러운 일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다만, 의약분업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과정에서 원내조제를 확대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수가 가산으로 인한 제도개선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의약분업 예외규정을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며 “내년도 가루약 조제수가 가산 이후 어떤 약이 가루약으로 많이 쓰이는지, 추가 보완사항 등 실태를 살펴보고 제약사의 가루약 소포장제, 가루약 지정약국제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