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처음이니까 학교처럼 교육해주면 좋겠어요"

"부모는 처음이니까 학교처럼 교육해주면 좋겠어요"

부모 64.6% 부모교육 의무화 '타당하다'고 응답

기사승인 2018-12-22 05:00:00

“엄마도, 아빠도 처음이라서 그래”

부모교육 의무화를 원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올바른 양육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초보 부모 사이에서는 베테랑 부모들의 양육경험을 담은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 부모들이 증가하고 책이나 매스컴, SNS 발달 등으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지만, 요즘 20~30대 젊은 부모들은 전통사회에서처럼 조부모, 친인척 등 다양한 성인들로부터 양육을 받은 경험이 적다. 또 형제가 적어서 자신보다 어린 동생을 육아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 자녀양육에 대한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3개월 전 출산을 한 김모씨(26세)는 “임신 기간 동안 책을 통해 육아를 공부했고, 산후조리원에 2주 정도 있으면서 동기들을 통해 (육아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동기들이 있어 그나마 공감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는데 집에서 조리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쉽게 얻기도 힘들고 스트레스 해소도 힘들 것 같다”며 “주변을 보면 요즘에는 시댁이나 친정 어머니들이 육아를 도와주는 경우도 흔한 경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누구도 처음부터 부모인 것은 아니다. 특히 초보 부모 혹은 한부모가정을 위해 기본적인 케어 교육이 필수로 돼야 한다고 본다. 이들 중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기 개월 수마다 이수하는 교육 단계를 체계화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초등, 중등 의무교육처럼 누가 차근차근 알려주지 않는다”며 “그런 교육이 필수가 되면 많은 사회문제를 방지할 수 있고, 손길이 필요한 부모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국민 소통을 위해 진행한 페이스북·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한 엄마는 부모를 위한 교육 지원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부모를 위한 교육도 (정부에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당시 방송에 함께 출연한 박지윤 아나운서는 “친구들과 항상 이 얘기를 한다. 솔직히 우리는 부모교육을 못 받았지 않았느냐. 국가가 나서준다면 좋을 것”이라며 공감했다. 

21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제15호 이슈페이퍼 ‘영유아기 부모교육 실태 및 부모교육 의무화에 대한 정책제언’에 따르면, 상당수 부모들이 부모교육 의무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종합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실시하는 부모교육에 참여하는 부모 5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4%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껴서’ 해당 기관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교육을 이수한 목적으로는 ‘자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가 49.8%로 가장 많았고, ‘양육정보를 얻으려고’도 40.6%로 많았다. 

부모교육 의무화에 대해서는 64.6%의 부모가 타당하다고 응답했다. 전국 528개 어린이집·유치원 원장들도 ‘영유아기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이 시기의 부모교육 의무화는 타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4.4%로 가장 많았다. 유아교육진흥원, 육아종합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정부지원기관 114개소를 대상으로 부모교육 의무화에 대해 설문한 결과, ‘타당하다’고 응답한 비율 또한 약 70%로 높았다. 반대 의견에는 맞벌이 가정 등의 이유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이 있었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아동학대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영유아기 부모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사회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그러나 부모교육을 의무화한 국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의무교육 단계인 초·중등학교의 학부모 교육도 의무화가 아닌데 영유아기 부모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요즘 젊은 부모들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구뿐 아니라 부모 개인의 삶도 중시하는 다양한 욕구와 의식 수준을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영유아기 부모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왜’ 영유아기 부모교육을 의무화해야 하는 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과정이 있어야 하고, 영유아기 부모교육을 의무화한다면 교육목표는 관련 법령을 근거로 ‘아동의 행복추구권’ 또는 ‘영유아의 이익 최우선 보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부모교육의 의무화를 통해 부모는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 그래서 자녀의 행복과 이익의 기준은 부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있다는 것이 부모교육의 핵심 내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유아기 부모교육 의무 이수 시기는 ‘예비부모기(期)’가 적절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부모교육에 자녀를 동반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동반할 경우 교육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며 “따라서 부모교육 의무 이수 시기는 자녀 출산 전이 가장 현실적이고 교육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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