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조선산업 결산] 업황 개선에 싹트는 기대감…내년엔 다를까

[2018 조선산업 결산] 업황 개선에 싹트는 기대감…내년엔 다를까

기사승인 2018-12-25 04:00:00

올해 조선업계는 과거 ‘수주절벽’ 여파로 인해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연말부터는 한국 조선업의 턴어라운드(Turnaround)가 확실시된다는 낙관론과 함께 업계 내부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높아졌다. 업황 회복부터 고정비부담까지 2018년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되짚어보며 2019년 기해년 (己亥年) 조선업황을 살펴본다.

◇축포는 이른 조선업…내년도 ‘글쎄’

올해 한국 조선업은 국조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주 1위를 달성하며 업황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조선업은 2018년 1~11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6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42%에 해당하는 1090만CGT를 수주했다. 이를 통해 7년 만에 글로벌 연간 수주 ‘세계 1위’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글로벌 연간 수주량에서 2011년 1위를 차지한 이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중국에 밀린 한국 조선업에게 의미 있는 성과이기도 하다.

다만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최근 시황이 개선됐다지만 ‘수주산업’은 산업 특성상 실적이 1~2년 후에 매출로 반영된다. 올해 수주한 호실적이 영업익으로 반영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내년까지 조선업계의 매출은 과거 수주절벽(2016~2017년) 때 수주가 급격히 줄어들고, 계약 당시 선가(뱃값)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매출이다. 게다가 조선 3사 중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한 회사는 현대중공업뿐이다. 결국, 내년까지 인력 감축을 통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구안도 아직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채권단에게 전체 인력 1만4000여명 중 30~40%의 인력을 올해까지 감축기로 했다. 지난 3분기까지 37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6년 자구계획안을 통해 1만명 수준인 직원을 올해 말까지 9000명으로 감축하기로 했었다. 계획 이행을 위해서는 1000명 정도 인원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도 2015년 이후 현재까지 37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해왔으나 해양플랜트 사업 가동 중단으로 생긴 1200명의 유휴인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정비(인건비)는 똑같지만 일감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조선업계의 수주실적이 글로벌 1위가 확실시되고 있다지만 과거 호황기 수주물량, 선가, 영업익 등과 비교해보면 현재 실적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세부적으로 선가로 따져본다면 호황기 LNG운반선의 가격은 2억1000만달러대를 유지했다. 최근에는 많이 올라봐야 1억8000만달러에 불과하다. 구조조정과 예년만 못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조선업계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인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간신히 숨 고르기에 나선 국내 조선업계가 회복세에 접어들지는 내년까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에 고정비 인상까지 ‘이중고’ 겪는 한국 조선소

올해 조선업계는 ‘이중고’로 더욱 힘겨웠다. 수주절벽 여파로 허리띠는 바짝 졸라매야 했고, 이 와중에 원자재가에 속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 두꺼운 철판)의 가격이 상승해 영업이익이 위축된 탓이다.

올해 들어서 선박 건조비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철강업계의 결정에 따라 t당 50만원대에서 원료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2번의 가격 인상을 통해 현재 t당 6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올랐다.

조선업계는 이 상승분을 2~3년전 수주절벽 때 낮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수주했을 때 후판 가격은 t당 50만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후판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 3분기 12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후판 값을 비롯한 강재 가격 인상분 1370억원이 영업익에 반영돼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2018년 3분기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경영 부담은 모두 비슷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고정비 부담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중순부터 철강업계(포스코·현대제철 등)에서 후판 가격 추가 조정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에 더 물러설 자리가 없고, 철강업계 역시 조선업의 불황을 고려해 적자를 감내하고 후판을 판매해왔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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