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 마감 기한을 27일로 연기했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은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직 여야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위원장으로서 안건 신속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 오늘 회의는 정회한 뒤 간사간 협의를 계속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하루를 더 준 이유에 대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으로 다 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당초 정한 기한은 같은날 오전 9시까지였다. 3당 정책위의장,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이 참여하는 6인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했지만 여야는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자유한국당(한국당)은 △교비의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관리 일원화 △ 사립 유치원이 교육 외 목적으로 학부모 부담금을 유용할 경우 형사처벌 유무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이 제시한 중재안마저 거부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하루 늦춰지게 됐다. 이 위원장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사해왔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는 안건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적용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일정 기간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상임위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심사, 본회의 부의 기간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린다. 이에 따라 유치원 3법도 내년에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거의 1년 뒤에 유치원 3법을 본회의에 올릴 경우,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의결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박 의원은 같은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 소위 마지막에 (한국당 의원들이) 느닷없이 나가버리더라. 원내 지도부가 ‘교육부가 시행령을 발표한 것은 안된다. 그러니까 철수해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며 “침대 축구 수준으로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아예 라커룸으로 불러들여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그 뒤로는 법안심사소위를 해 봐야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패스트트랙으로 반드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또 330일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말이 패스트 트랙이지 사실상 ‘슬로우 트랙’ 아니냐는 지적에 박 의원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국당은 박용진 3법은커녕 자기들이 낸 법안도 통과되기를 바라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아예 드러눕고 (유치원 3법 개정을) 영구히 발목 잡고 있거나 폐기해버리려고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일 정도다. 그거보다는 (패스트트랙이) 훨씬 더 패스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유치원 3법의 내년 2월 처리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유치원 관련 법 시행령 개정에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되도) 회계시스템을 바로 적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해도 (법처리에) 문제가 없다”며 “그런데 사전 양해 없이 연말에 통과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하다가 시행령으로 하겠다면 우리는 연말에 무리하게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앞서 지난 16일 교육부는 유치원 관련 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선 현행법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이 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일방적인 휴원이나 폐원을 하지 못하도록 학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