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올해 4분기(10월~12월)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락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6.22달러, 영국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Brent)는 54.47달러를 기록했고 싱가포르에서 매매된 두바이유(Dubai)는 49.52달러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거래됐다.
앞서 국제유가는 지난 10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재개로 인해 원유 공급 감소 우려가 일면서 상승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원유 공급과잉으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를 통해 자국 내 민간소비를 촉진 시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정유사들이 통제할 여지가 없는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올 4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는 저조한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고평가손실’ 탓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2∼3개월 전에 사고 실제 판매는 그 이후 진행한다. 원유를 산 시점보다 판매하는 기간에 원유 가치가 추락한 이상 재고평가손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올 4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올해 10월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이달 들어 40달러대까지 급락한 이상 4분기 정유업계 영업익이 40~50%까지 주저앉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재고평가손실이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정유업계는 2014년 하반기 100달러대까지 고공 행진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 나면서 2조원 가량의 재고평가손실을 입은 바 있다.
정제마진 하락도 실적 악화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임비, 정제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을 의미한다.
정유업체 수익성을 좌우하는 지표로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보통 정유업체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대 수준인데 이 이하로 떨어진 현 상황에 제품을 팔면 사실상 밑지는 장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4분기 실적은 좋게 보기 어렵다”며 “재고평가손실을 차치하더라도 정제마진이 휘발유의 경우 팔아서 밑지는 수준이다. 정도를 예단키 어려우나 실적 저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