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평당(3.3㎡) 1억원을 호가했던 서초구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의 집값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강화로 오히려 주변지역을 요동치게 해 평당 1억대 아파트가 서초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부동산 집값 변동에 가장 민감하면서도 생생한 진단이 가능한 현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불패신화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강남집값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시그널로 해석되고 있다.
스카일데일리 산하 R&R연구소(Rich-Research)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쉐라톤 서울팔래스 호텔에서 강남집값 추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분석·진단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들을 패널로 초청해 ‘강남 부동산을 말한다’는 타이틀로 신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동산 대표들은 한결같이 문재인 정부의 강남 옥죄기 집값 정책이 되레 신 강남불패를 견인하고 있는 서초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의 초고가 행진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고 한 목소리로 의견을 같이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이 좌장으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서초구편)에는 이덕원 대표(잠원동 양지공인), 안영일 대표(방배동 서울공인), 윤선하 대표(양재동 엘림공인), 임선택 대표(반포동 중앙공인), 조병수 대표(잠원동 서울부동산) 등이 참석했다.
이날 패널들은 ‘대한민국 대표 부촌지역 특별한 집값을 듣는다’라는 테마를 놓고 3시간에 걸쳐 마라톤 토론을 벌인 끝에 사실상 서초 일대 아파트 전역 주요 지역이 8000만~1억대 초고가 행진 전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같은 입장을 보였다.
패널들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로 일시적인 거래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올해 말 25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리기를 전후해 강남권 부동산 시장이 또 한 차례 격변을 치르면서 이 같은 초고가 행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 부자들이 선호하는 재건축을 통한 수요가 높은 고급아파트의 잇단 대규모 물량 공급 외에도 고속터미널 일대 복합문화단지 개발, 서리풀터널 개통 등의 호재들도 서초 일대 아파트 거래가 상승에 영향을 줄 요인들로 분석됐다.
조병수 대표는 “재건축이 한창인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2017년 7월까지만 해도 32평형대 시세가 26~27억, 평당 시세는 약 8000만원 안팎이었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전면 거래 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약 6개월 후인 2018년 1월에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하자 동일 평형대의 시세가 38억2000만원, 평당 1억2000만원까지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서초 일대 특정 아파트 단지의 가격 폭등 현상이 주변 아파트에까지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미칠 조짐이 있는 것”이라며 “일례로 신반포1단지를 재건축 한 아크로리버파크의 입주가 시작된 후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등 기존 아파트 단지의 시세도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지속될 경우 현재 한강변 지역 아파트 단지에 국한돼 있는 ‘평당 1억원’ 초고가 시세가 서초 일대 뿐만 아니라 강남구까지 일대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으로 해석됐다.
서진형 교수는 “정부는 강남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강남 집값 고공행진 현상은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다”며 “강남 지역 부동산 시장의 현재 상황과 특별한 분위기 등을 보면 패널들의 진단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좌담회는 스카이(SKY) 지역으로 불리는 서초·송파·강남·용산 등의 순으로 1월 한달간 이어진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