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비(非) 정유 부문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에 취약해 ‘천수답’(天水畓:빗물에만 의지해 경작하는 논) 사업으로 불리는 기존 정유 부문에서 탈피해 비정유 부문인 전기차·노트북·휴대폰 배터리 재료 등 이차전지 사업을 키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8일 정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2017년에 발표한 이차전지 사업을 비롯한 비(非)정유 사업에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강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이를 격려키 위해 연초부터 전기차 소재, 배터리 소재사업 관련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비정유 사업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준 사장이 최근 공들이고 있는 지역은 미국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애틀란타 주 청사에서 열린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Commerce, Jackson County, GA-US) 배터리 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 양해 각서 체결식에 참석했다.
이날 김 사장은 직접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 분야 글로벌 플레이어(Player)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투자로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에 이르는 글로벌 4각 생산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이번 공장 건설에는 약 1조1396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공장 완공 시 미국 내 배터리 단일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공장 건설과 앞으로 수주 증대에 따른 증설까지 포함해 2022년까지 연간 생산량 55GWh 규모의 생산설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4.7GWh의 생산량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이러한 생산능력 확충은 천수답 경영 탈피와 함께 세계적 ‘탈 화석에너지’ 추세에 발맞춰 폭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올해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 규모로 대폭 성장, 글로벌 전체 판매 차량의 21%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또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가 가시화된 이상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제2의 반도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미래 수요에 대비한 생산능력 확충과 함께 점점 늘어나고 있는 수주물량도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잔고는 약 40조원대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수주잔고는 50조원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 글로벌 완성차(OEM) 업체인 폭스바겐사의 배터리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공급 물량, 가격 등은 폭스바겐과의 계약 내용에 따라 유동적이나 이번 수주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술과 안정적 공급 능력을 인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전통적 장치산업에서 첨단 회사로 변모 중”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최대 격전지인 미국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둬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배터리사업에서 글로벌 탑 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