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벤투호’ 아쉬운 경기력, 분노는 이르다

[옐로카드] ‘벤투호’ 아쉬운 경기력, 분노는 이르다

‘벤투호’ 아쉬운 경기력, 분노는 이르다

기사승인 2019-01-08 17:08:59

이제 막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성급한 분노는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필리핀과의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 진땀승을 거뒀다. 후반 22분에 터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최악의 출발을 할 뻔 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파이브백을 중심으로 밀집수비를 펼친 필리핀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패스 전개, 좌우 측면에서의 미숙한 크로스 등 아쉬운 모습이 연달아 나왔다.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긴 했지만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후보 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굳이 출전하지 않더라도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던 축구팬들은 일제히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부진했던 김진수, 구자철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을 기용한 벤투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지적 등 과민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기성용을 두고 ‘오히려 잘됐다’며 경악스러운 댓글을 남기는 일부 누리꾼도 있었다.

경기력이 아쉬웠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작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펼치는 밀집수비의 위력은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밀집수비를 펼치다 역습을 전개해 2-0 승리를 따낸 바 있다. 

특히 강팀 쪽이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는 경우라면 밀집수비 파훼가 더욱 힘들어진다. 

독일은 당시 한국을 무조건 잡아야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득점 없이 시간이 흘러가자 독일 선수들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한국 역시 당시의 독일과 처지가 다르지 않다. 한국은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감도 이전 대회들보다 높다. 

필리핀 대표팀의 슈뢰크는 한국전을 앞두고 임한 AFC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전 필리핀은 긴장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스타가 즐비한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어쨌든 한국은 상대방의 밀집수비를 벗겨내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부담감을 다소 덜어낸 것과 더불어 자신감도 얻었다. 

오히려 이날 고전이 선수들에게 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김학범호는 말레이시아에게 충격패를 당하며 비판에 직면했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후의 경기에선 승승장구,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벤투호 역시 추후 조직력 등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실제 리그 일정 등으로 인해 유럽파와 국내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아직까지도 균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은 숱한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일희일비하는 언론과 극단적인 팬심으로 인해 선수단이 병들었다. 벤투호 또한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할 수는 없다. 

축구협회는 벤투 감독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보고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중이다. 아시안컵에서 혹시 조기 탈락하더라도 벤투 감독과의 동행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팀은 한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벤투호가 출범한지 겨우 3개월이 지났다. 진정한 시험무대도 이제야 막을 올렸다. 성급한 분노보단 격려와 응원이 필요할 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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