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 유도계에 이어 이번엔 태권도계에서 성폭행 폭로가 이어졌다.
15일 채널A는 전 태권도협회 이사 A씨가 운영하던 태권도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던 이지혜 씨(33)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A씨에게 폭력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 씨에 따르면 당시 태권도를 배우던 많은 원생이 피해를 입었다. 중학생 때부터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도 3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A씨가 체육관과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폭력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운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신체 변화를 알아야 한다며 신체를 만졌다고 했다.
이 씨는 “(범행이) 주로 학생들을 집에 바래다준다며 태우고 갔던 승합차에서 일어났다. 내릴 코스와 상관없이 그날 마지막으로 내릴 사람을 지정했다. 그러고는 인근 야산으로 몰고 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A 씨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온몸이 얼어붙는다. 늦은 밤 큰 쓰레기봉투를 보고 (A 씨인 줄 알고) 주저앉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가운데는 당시 악몽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이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관장에게 간식거리와 체육관 비품 등을 제공했던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시겠나. 관장에게 맞아 허벅지에 피멍이 들어도 긴 바지를 입어 가리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들은 용기를 냈다. 이 씨를 비롯한 피해자 15명이 피해자연대를 꾸려 지난해 4월 대전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A 씨 측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A 씨의 동생 B 씨는 “재판 중인 사항이고 결론이 나지도 않았는데 자꾸 문제 삼는 건 누군가 피해자들을 꾀어 이 일을 터뜨린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형은 결백하다고 믿는다. 성폭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