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확산 후 뒤늦은 의료인 예방접종 관리, 감염병 관리 구멍?

홍역 확산 후 뒤늦은 의료인 예방접종 관리, 감염병 관리 구멍?

채용 시 ‘예방접종’, ‘건강검진’ 의무이나 세부 지침 없어

기사승인 2019-01-23 00:00:03

복지부 “감염병 확산 방지 의무, 고용부와 개선방안 논의 필요”

때아닌 ‘홍역’ 확산에 전국이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의료인 대상의 감염병 관리에 구멍이 발견됐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근로자에 대해 예방접종 등 감염병 예방조치를 하게 되어있지만, 세부 규정이 없어 홍역 등 일부 법정감염병 예방을 위한 관리가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감염병 관리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첫 환자가 신고된 이후 전국 5개 시도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22일 오전 10시 기준 총 31명의 홍역 확진자가 신고됐다. 확산 방지를 위해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유아 가속 접종 및 의료인 항체 검사와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미 대구에서는 의료기관 내에서 영유아와 의료기관 종사자를 중심으로 17건이 집단 발생했다.

특히 병을 치료해야 하는 의료인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의료인은 감염병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의료인이 다른 환자들에게 감염병을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감염병 관리체계가 요구된다.

 

사실 의료기관 종사자의 감염병 관리는 의무이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보건조치)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혈액매개 감염병, 공기매개 감염병, 곤충 및 동물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유지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 기관에서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세부 지침이 없어 의료기관에서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취하고 있는 감염병 예방조치 범위는 병원마다 다르고, 매우 한정적이다. 쿠키뉴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ㄱ 대학병원에서는 의료진 채용 시 B형 간염과 수두, 인플루엔자 백신만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홍역과 A형 간염 등 그 외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접종을 권고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ㄱ 대학병원은 B형 간염과 인플루엔자만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홍역, 수두 등은 직원 할인을 통해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일부 동네 의원에서 B형간염만, 또는 인플루엔자만 백신접종을 제공하고 있다. 즉 모든 의료기관이 준해야 하는 검사항목 등의 기준이 미흡해 의료인 감염병 관리를 기관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감염병 관리시스템에 따라 의무 접종 항목은 병원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도 국가에서 별도로 지령이 내려온 것은 없고, 병원 차원에서 예방을 위해 일부 항목에 대해 의무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 감염병 예방조치를 하게 돼 있다. 의무사항이긴 한데 세부지침이 없다”면서 “그러나 법으로 정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유행하는 감염병이 5년, 10년마다 달라질 수 있어 시기별로 (법을)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예방접종 여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주무 부처도 모호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의료인은 보건의료에서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고용노동부 관할법이라 보건복지부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도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기관에 홍역 등 필수 예방접종 목록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관리·감독) 권한은 고용부에 있지만 모든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의료기관 관련) 주무 부처인 복지부에도 관련 법률이 별도로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법률상 의료인 예방접종을 강제할 수 없지만, 개선방안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의료기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의무는 명확한 것 같다. 복지부가 그것을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 의무는 우리에게 있다”며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 성인 예방접종 안내서 등을 배포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법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고용부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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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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