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씨(93)와 고 이모씨(94)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30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구(舊)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제1372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이날 수요집회는 지난 28일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김씨와 고 이씨에 대한 추모로 시작됐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고 김씨는 전 세계의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큰 나무와도 같은 존재였다”며 “아직도 일본의 공식 사죄는 못 받았으나 고 김씨의 뜻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날 성명서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계시지만 20년이 넘도록 요구해온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 기미가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에 피해자 중심주의적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실질적 조치들이 아직 취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23분의 할머니만이 생존해 계신다”며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 해결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참가자들도 고 김씨의 유지를 이어받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고 김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암 투병 중에도 수요집회에 나섰다. 건강 악화로 병상에 누워서도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했다. 고 김씨는 임종 전 “끝까지 싸워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으로 불려온 고 김씨는 14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모진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1992년 3월부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나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세계 각지를 다니며 전시 성폭력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씨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 김씨의 발인은 내달 1일이다.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노제를 치른 뒤 충남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될 예정이다.
고 김씨가 세상을 떠나기 앞서 같은 날 오전,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고 이씨도 숨을 거뒀다. 지난 40년 17세였던 고 이씨는 방직공장에서 퇴근하던 길에 일본 군인에게 납치돼 만주로 끌려갔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피해로 인한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장례는 고 이씨와 유가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수요집회는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92년 1월 시작돼 27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이다. 고 김씨와 고 이씨의 소천으로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23명만이 남았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