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징역 2년에 법정구속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의 판결 이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복성 재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출신이라는 점이 재판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반발의 주된 이유다. 성 부장판사는 2년간 양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또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때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구속기소된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과거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입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 때문에 민중당이 발표한 적폐판사 44명에 이름을 올렸다.
여론은 심상치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31일 오전 9시 기준 ‘김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 사퇴를 명령한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13만1845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촛불혁명으로 세운 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여전히 과거의 적폐적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상식밖의 사법적 판결을 남발해 왔다. 김 지사에게 피의자 드루킹 김동원씨의 증언에만 의존한 유죄 판결을 내리고야 말았다”며 “이는 대한민국 법치주의, 시민을 능멸하고 사법부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한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사법농단 피해자인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말 황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성 부장판사가 자신의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 관련 사건을 들여다본 사실이 있다며 “양승태 키즈 입장에서 아빠가 구속됐으니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같은날 오후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김 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구속된데 대해 “법조인인 저조차도 도지사를 법정 구속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왜 현직 지사 수준이 되는 사람을 법정 구속시키지 않느냐면, 일단 도주 우려가 없다”며 “그 다음에 증거 인멸할 우려가 있느냐의 문제인데, 드루킹은 구속돼서 구치소에 있기 때문에 드루킹을 회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 2011년 말 SNS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 다음해 재임용 탈락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한 이사 조치 의혹과 법원행정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서 변호사가 낸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에 개입해 재임용 탈락을 기정사실화 하고 대응문건까지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성 부장판사가 자신의 사건을 검색한 뒤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화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서 변호사는 “검찰에 수사를 받으러 갔더니 검사가 ‘성 부장판사가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 관련 사건 검색을 한 기록이 있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지시를 받아 성 부장판사가 사건 검색을 하고, 재판이 지금 진행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임 전 법원행정처차장 측에 전화한 것까지 나왔다”며 “성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은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직후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원이 왜곡되고 오염된 증거에 기반을 둔 특검 주장을 100%에 가깝게 인정했다”며 재판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최고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있었던 지난 23일 김 지사에 대한 선고기일이 이례적으로 연기된 점, 양형기준과 괴리된 선고(징역 2년) 등을 이해하기 힘든 점으로 꼽았다.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발생한 사건 중 실형 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 박 최고의원 주장이다. 또 선고기일 연기를 두고는 “통상적으로 선고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선고기일 변경한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보고 판결 이유나 주문을 변경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 본인도 전날 1심 선고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성 부장판사와 양 전 대법원장 특수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재판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내용을 적어 변호인에게 전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