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에서 설비 점검 도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마침내 잠들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11일 숨진 고 김씨 장례식이 7일부터 오는 9일까지 민주 사회장으로 치러집니다. 그가 숨진 지 2달 만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하나밖에 없어 이 아이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아이가 죽고 우리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입사 3개월 만에 차디찬 시신이 된 외동아들을 보는 부모 심정은 어땠을까요. 그러나 고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마음껏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용균이 동료는 살아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위해 지난해 연말, 회의가 열리는 날마다 국회를 찾아 읍소했습니다. 주말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정부에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 중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했습니다.
재계와 보수정당의 반대를 뚫고 지난해 산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어머니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죠.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전해졌지만 김씨는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가능할 때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거절했습니다.
이후 시민단체들의 연대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2일 6명으로 시작한 단식 농성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늘어났습니다. 28일부터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이 함께 단식에 돌입했고, 30일에는 교수, 학술 단체들이 산안법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단식에 동참했습니다.
‘계란에 바위 치기’ 같던 김씨의 투쟁. 결국 결실을 맺었습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당정이 후속대책을 발표한 겁니다. 여기에는 그토록 바라던 고 김씨 사망사고 조사를 위한 진상규명 위원회 구성,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방안, 2인1조 작업 시행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김씨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또 어떤 꼼수를 부려서 이행을 안 하고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규직 전환 등을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3명 중 1명입니다. “내가 김용균이다. 우리 모두가 김용균이다”라는 외침처럼, 비정규직 문제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과연 말뿐인 약속을 한 것은 아닌지. 고 김씨 장례식 이후 조치를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