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추행 전력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간부가 같은 경찰서 부하 여경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간부는 형사처벌에 이어 계급이 한 단계 낮아지는 중징계인 ‘강등’ 처분도 받았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단독 이동욱 부장판사는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경감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1년을 명령했다.
A씨는 2017년~2018년 도내 모 경찰서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부하 여경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부하 여경 B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부른 뒤 “머리카락이 있다”며 B씨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A씨는 또 수색을 마치고 쉬고 있던 또 다른 여경 C씨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를 풀어 건네주며 심장박동수가 ‘67’이 나오자 “이 숫자가 너 몸무게 아니냐. 나랑 다리 굵기가 같다”고 말했다.
근처 식당에서 개가 짖자 A씨는 C씨에게 “네 머리털도 개털이네”라면서 C씨 머리카락을 만졌다.
A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112신고 사건 처리 보고하던 C씨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2차례 찌르기도 했다.
A씨는 또 다른 피해 여경 D씨가 사무실에서 업무 보고하는 중 D씨 눈 밑에 붙어 있던 눈썹을 떼어 준다며 볼을 손가락으로 만지기도 했다.
A씨는 “이런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지도 않을뿐더러, 추행의 고의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 판사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은 단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감정으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성적 수치심은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유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모든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고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 행위라고 여겨질 만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A씨의 이런 행동을 허락한 사정이 없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추행 고의 역시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공무원으로서 지시감독관계에 있는 피해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A경감은 과거 성추행 전력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이번에 또 성추행 혐의가 인정돼 계급이 한 단계 낮아지는 ‘강등’ 처분을 받고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